롱디커플의 문제점
전편에 그가 백수에서 벗어나 드디어 내 집을 나갔다고 전했다.
못 본 사람들이 있다면 전편을 봐주길 바란다.
그렇게 동거와 다름없이 붙어살다가 그는 타 지역으로 떠났다.
참 극단적 이게도 그렇게 롱디커플이 되었다.
비록 멀리 떨어졌으나 우리는 주말이나 쉬는 날을 맞춰 꼭 만나왔다.
아무래도 숙소생활을 하는 그의 환경보다 나의 집이 훨씬 편했다. 덕분에 그가 자주 우리 집에 왔다.
주말에는 무조건 있다 갔고, 평일에도 시간을 맞춰서 간간히 만났다.
분명 짐을 빼갔는데, 눈떠보면 자꾸 짐이 늘어있다.
베개도 두 개, 칫솔도 두 개, 실내화도 두 개, 욕실화도 두 개, 식탁의 의자도 두 개....
매번 숙소에서 챙겨 오는 것도 일이고, 그냥 우리 집에 두 개씩 있으면 편하긴 하니까.
이렇게 자기 합리화가 되어간다.
물건이 두 개로 컨트롤 씨가 컨트롤 브이가 되는 만큼 나의 돈은 1/2로 딜리트가 되었다.
좀 그런가 싶지만 그는 내 집에 오면 여전히 우렁신랑처럼 집안일을 해줬다.
쌓인 쓰레기를 버려주고 설거지를 하고 떠났다.
평일에는 한 번씩 장을 봐서 배달을 해줬기 때문에 심심한 위로가 되었다.
주말에는 같이 있다 보니 어느새 주말 부부 같은 느낌이 났다.
연애 초부터 내 집에서 백수 생활을 하던 그는
취업을 한 뒤로도 주말에 자기 집에 오는 듯 편안해했다.
맨날 밖에서 사 먹을 수는 없으니 하루는 꼭 요리를 해서 먹었다.
때문에 주말에는 같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일이 잦아졌다.
가면 내가 좋아하는 과일 툭, 그가 좋아하는 라면 툭
서로가 좋아하는 것쯤을 알아서 넣어준다. 같이 해 먹을 요리 재료는 내가 꼼꼼히 본다.
그는 내가 일주일 동안 먹을 것도 더 사라며 음식 재료를 넉넉하게 집어넣는다.
이렇게 장을 본 것은 대부분 그가 결재를 해주었다.
백수를 2달 먹여 살렸더니 이렇게 은혜 갚는 까치... 여하튼 이 부분은 참 고마운 대목이다.
음식도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 대식가와 함께함으로 5배가 되는 것은 덤이다.
사실 평일에는 일하고 돌아오면 힘들어서 못 해 먹으니까 주로 냉동실에 얼려놓기 바쁘다.
그러나 자취방에는 작은 냉장고가 대부분이지 않는가.
식재료도 많이 쌓이고 있으니 냉장고도 점차 작게 느껴졌다.
남자친구의 직업 특성상 일상에는 늘 운동복만 입고 다닌다.
데이트할 때만 평상복을 입기 때문에 평상복은 우리 집에 놓는 게 더 편했다.
이런 실정이니 우리 집에 옷을 놓고 가기도 하고, 빨래통에 넣기도 하고.
뭐 나도 세탁은 세탁기가 해주니 그냥 별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그의 옷이 나의 집에 쌓이기 시작했다.
옷가지를 보고 있자니 그가 없는데 그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점차 지분을 늘려가 결국 내 옷장의 한켠을 내어주어야만 했다.
이런 점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내 집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2년을 연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은 생각을 했다.
이럴 거면 그냥 같이 사는 게 낫지 않나? 참 위험한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