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온도에 대한 친구의 멋진 글을 바라보며

Sep 13. 2025

가끔은 오래된 책 한 권이나 두꺼운 보고서보다, 짧고도 단단한 글 한 편이 마음을 더 크게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오늘 내가 읽은 글이 바로 그랬다.

친구가 쓴 글에는 돈에도 온도가 있다는 비유가 담겨 있었다.

스타트업에 흘러 들어오는 돈은 뜨겁고, 이자와 수익만을 노리는 돈은 차갑다는 구절이었다. 순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현장에서 느껴왔던 풍경들이 그대로 압축된 한 줄의 언어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친구의 글을 오마주하며 공감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본 글이다.

그는 말한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뜨거운 돈이 너무 적다고...

실제로 초기 창업자와 함께 불확실성을 견뎌내는 돈은 뜨겁게 들어왔다가도, 후속 투자 단계로 넘어가면 금세 식어버린다. 세컨더리에서 만나는 돈은 대체로 냉정하고 차갑다. 체리피커처럼 가장 맛있는 순간만 골라 들어오는 자본 앞에서, 창업자들의 열정은 빠르게 식어버린다. 뜨겁게 시작된 돈이 금세 식는다는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우리 생태계의 현실을 정확히 드러낸 진단이었다.

이 차갑고 뜨거운 온도의 차이는 제도와 문화에서도 비롯된다.

소득공제를 노린 개인 출자금은 본전을 잃지 않겠다는 계산에만 묶여 있어서, 투자의 본질적인 의미를 잃어버린다. 대형 VC들은 작은 AC들을 앞세워 낮은 가치로 회사를 후려치고, 뒤에서는 체리피커의 역할을 자처한다. 이렇게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들의 마음이 오래 뜨거울 리 없다.

결국 생태계 전체가 서서히 냉각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자본은 다소 다르게 움직인다.

그곳의 돈은 트렌드를 좇으며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화끈하게 투입된다. ETF나 BDC 같은 제도가 그 흐름을 지탱하며 자본의 온도를 유지한다. 물론 그들 역시 차가운 계산을 하지만, 최소한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향한 불꽃 같은 자본의 흐름은 살아 있다. 한국에서 우리가 부러워하는 지점은 바로 이 뜨거운 돈이 오래 유지되는 구조일 것이다.

친구의 글을 읽으며 나는, 돈의 온도를 지켜내는 일이 단순히 투자자의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설계와 문화적 뒷받침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세컨더리 자본이 단기 차익만이 아니라 기업의 재도전과 회복을 위한 역할을 하도록 바뀐다면, 그리고 세제 혜택이 단순히 소득공제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성과 재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뜨거운 돈이 쉽게 식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 문장은 오래 남았다.

“미래를 위한 뜨거운 돈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 말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꼭 붙잡아야 할 과제처럼 들렸다. 창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 새로운 시장을 두드리게 하는 용기, 그것은 결국 뜨거운 돈이 있을 때 가능하다. 차가운 계산만으로는 혁신이 자라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