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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창업 - 시장 형성이 먼저? 창업 촉진이 먼저?

지역 생계형 창업, 시장은 누가 만들어 주어야 하나?

by 두드림

지방 현장에서 흔히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시장 형성이 먼저일까, 창업 촉진이 먼저일까?”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이 질문에는 수많은 정책 실패와 현장의 좌절이 담겨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공공이 창업보조금을 대거 쏟아부었지만 금세 폐업률이 치솟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외쳤지만 정작 참여할 창업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 둘의 딜레마는 한국 지방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한국의 현실: 높은 창업률, 낮은 생존율


먼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자영업 비중이 높다. 세계은행과 ILO 통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20% 안팎으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비중은 빠르게 줄고 있다. 특히 생계형 창업의 경우 5년 생존율이 40%를 밑돈다는 국세청 통계가 있다. 절반 이상이 5년 내 폐업하거나 업종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방은 더 심각하다. 지방소멸위험지수라는 지표는 특정 지역이 향후 지속가능한가를 보여주는데, 이미 전국 평균이 위험 기준선(0.5)을 밑돌고 있다.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고 고령 인구가 늘면서, 내수 시장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시장 자체가 수축하는 곳에서는 창업 촉진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네 가지 지역 유형, 네 가지 전략


이런 이유로 시장과 창업은 선후 관계가 아니라 동시 설계의 맞물림 구조여야 한다. 다만 지역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필자는 한국 지방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대도시권 인접 지역

수도권 외곽이나 광역시 위성도시처럼 외부 수요가 유입되는 지역은 시장은 크지만 경쟁이 과열되어 있다. 대형 유통사와 프랜차이즈가 빠르게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 곳에서 창업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먼저 시장 차별화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로컬 식재료·문화·스토리텔링을 결합한 틈새 브랜딩이 그것이다. 창업은 그 위에서 선별적으로만 촉진해야 한다.


2. 중소도시·지역 거점 도시

청주, 전주, 춘천 같은 중소도시는 일정 규모의 고정 수요(대학, 병원, 관공서)가 존재한다. 그러나 자영업 과잉으로 실패율도 높다. 이 지역은 시장과 창업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생활 불편 수요(돌봄, 교통, 주거 서비스 등)를 찾아내고, 창업자는 협동조합이나 공유매장 같은 플랫폼으로 묶어야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 공공이 초기 구매자가 되어 안정판을 제공한 뒤, 민간 시장으로 점차 전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3. 농촌·어촌

농촌과 어촌은 공급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돌봄, 이동, 생활편의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창업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창업 촉진이 먼저다. 다만 시장 형성은 공공의 개입 없이는 어렵다. 마을 단위 공동구매나 지자체 위탁 사업이 초기 수요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후 로컬푸드 직거래, 체험형 관광 등 외부 판로가 보완해주어야 지속 가능하다.


4. 소멸위기 지역

인구 유출이 심각해 내수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역은 “시장 vs. 창업”이라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 외부 수요 연결이 생존선이다. 도시-농촌 직거래, 체류형 관광, 온라인 구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창업은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 하며, 귀농·귀촌형 창업이나 공공 위탁형 모델에 한정된다.


투자형 액셀러레이터의 자리


투자형 액셀러레이터(AC)는 “투자 → 성장 → 엑싯”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방의 생계형 창업에서 이 구조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IPO나 M&A 같은 통상적 엑싯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형 AC가 적합한 경우는 한정적이다.


중소도시 이상 규모에서, 확장성과 재현성이 있는 모델—프랜차이즈화가 가능한 로컬 브랜드, 플랫폼 기반 서비스, SaaS 등—이 있을 때다. 또한 공공이나 협동조합이 초기 수요를 보장해주는 경우라면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소멸위기 지역에서는 투자형 AC가 투자자가 아니라 시장 설계자·운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통상적 엑싯이 어려울 때: 대체 회수 구조


그렇다면 IPO나 M&A가 불가능한 지역형 창업은 어떻게 회수해야 할까?

여기서 필요한 것이 대체 엑싯 구조다.

환매(Buy-back): 창업자가 일정 성과를 내면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되사주는 구조.

공공·협동조합 매입: 지자체나 협동조합이 사업을 인수하거나 운영권을 가져가는 방식.

프랜차이즈화·브랜드 묶음 매각: 여러 소규모 점포를 묶어 하나의 브랜드로 패키징해 매각.

수익공유형 투자(RBF): 매출의 일정 비율을 투자자와 나누어 목표 수익이 달성되면 종료. IPO 없이도 안정적 회수가 가능하다.

배당 회수: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생기면 배당금으로 회수.

자산 기반 회수: 설비, 지적재산(IP), 브랜드 자산을 매각하거나 리스 형태로 회수.


이런 구조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투자형 AC도 안심하고 지방형 창업에 뛰어들 수 있다.


정책의 역할


여기서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 창업자를 내던져놓으면 실패는 예정되어 있다. 반대로 창업자가 없는 곳에 시장만 조성해도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정책은 시장 형성–창업 촉진–회수 구조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이 첫 고객이 되어 초기 시장을 열어주는 혁신조달 제도를 생활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해야 한다. 지역 수요를 지도화해 중복 창업을 억제하고, 환매·수익공유형 투자 같은 새로운 회수 방식을 제도화해야 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거버넌스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투자형 AC에게는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시장-창업-회수의 설계자로서 성과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길을 열어줘야 한다.


맺음말


결국 중요한 것은 질문을 바꾸는 일이다.


“시장이 먼저인가, 창업이 먼저인가?”라는 오래된 이분법 대신, “시장과 창업을 어떻게 함께 설계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사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어떤 회수 구조를 깔아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과 낮은 생존율,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이 접근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웅변한다. 지방의 창업 정책은 이제 숫자 채우기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얼마나 건강하게 순환시키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 변화의 출발점은 공공이 초기 시장을 열고, 투자자가 현실적인 회수 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창업을 촉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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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I Alchemist & Maestro 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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