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좋아하던 웹툰을 보다가 아래의 문구를 봤다.
“There is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다. 빛은 바로 거기로 들어온다.”라는 레너드 코헨의 명언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떤 이유에선지 힘든 감정이 반복되는 날들이었기 때문에 그 말이 퍽 위로가 되었다. '그래. 지금의 힘듦도 나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애써 마음을 위로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뎌가며 마음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균열들이 나에게 어떤 빛이 되었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하루는 한 가지의 잘못을 했지만 그동안의 모든 잘못을 알게된 날이 있었다. 주변에서 들었던 이런저런 말들로 여러 근거를 모아 '네가 잘못한 거야.'라는 말을 합리화시키듯이 나를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들었다. 꼭 "모든 사람들이 너를 싫어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은 내가 무너지기에 참 좋은 순간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가 맡고 있던 업무를 비슷한 시기에 그만두게 되었다.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반복되는 실수로 인해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었다. 나는 그때 펑펑 울었다. 분명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업무임에도 끝까지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나 보다. 모든 사람들이 나의 능력을 의심할 것만 같았다. 여전히 그때를 생각하는 건 나에게 참 힘든 일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화장실에 붙어있는 위기상담 번호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바로 당일에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첫날에는 아마 상담을 하면서도 울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했던 말 중에 기억이 나는 말은 "저 자신이 힘들다는 걸 스스로에게 속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이다. 나는 괜찮다며, 여전히 굳건하다며 잘 견뎌내고 싶었던 것 같다. 힘들다는 걸 인정해버리면 정말 내가 무너져버릴 것만 같아서 내가 나를 속이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네 번 정도 더 상담을 받았는데, 사실 그렇게 자세히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는데, 상담을 계속할수록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영향을 받지 않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었다.
거의 버티다시피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8월 첫째 주가 되자마자 휴가를 냈다. 휴가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에는 논문 발표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난 휴가 때도 쉬지 못하고 발표 준비를 했다. 마음이 힘든 것과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들은 쏟아졌고, 나의 분야에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내야만 했다.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상담도 그만뒀다. 그런데 난 여전히 회복을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예전에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일들도 최근에는 조금만 상황이 좋지 않아도 쉽게 포기하게 된다. 노력하기가 싫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없는 것인지 의욕이 점점 떨어진다. 해야 하는 일은 많은데 성과는 나오지 않으니 자꾸만 그만두고 싶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나의 시간을 버리는 것만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나의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이 우울감으로 가득 찬다는 건 꼭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다. 지금 당장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나에게 좋은 선택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마냥 쉬고 싶기만 한 내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오늘도 나는 균열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