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by 이남지 씀

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매 순간을 시험에 임하듯이 살아가는 것 같다. 실수하지 않고 잘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도 늘 신경이 곤두서 있어 나의 의식을 조정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소한 카톡을 보내기 전에도 계속해서 확인하고, 메일을 보낼 때마다 5번 정도 확인한다. 이제는 이런 태도가 나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의 내면 속을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지도 교수님께 실험 데이터를 정리해서 메일로 송부해드렸다. 시작은 늘 그렇듯이 “안녕하세요. OOO 교수님. OOO학과 이남지 학생입니다.”였다. 이번 메일은 중요한 내용이다 보니 더 긴장이 되어 메일을 보내기 전에도 한 10번은 확인한 것 같다. 메일을 보내고 나서 교수님께 카톡이 왔다. 오피스로 잠깐 오라고 하셔서 찾아뵀다. 메일을 보낼 때 너무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누구인지 다 아는데 학과와 이름까지 보낼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셨다. 너무 성의 없게 보내어 혼난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나의 이러한 태도가 너무 경직되어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이번에 실험과 관련된 도면을 설계하면서 나는 거의 일주일을 같은 도면을 확인한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도 괜찮을까.’, ‘뭔가 실수해서 실험이 잘못되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들로 가득했다. 확인했을 때 잘못된 게 없음에도 다시 확인하는 것을 반복했다. 나는 아무래도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 교수님과 대화를 하고 나서 이제는 조금 더 나를 믿어주고, 여유를 갖고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많지만, 너무 부담을 갖지 않고 내가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매 순간이 부담감으로 가득 찬 게 아니라 즐거움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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