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방울방울

by 이남지 씀

이런저런 생각들로 잠에 들지 못한 밤, 하늘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다. 처음엔 한 방울로 시작해서 점차 가득해졌다. 요즘엔 참 많은 감정들이 들었다. 아마도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하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 주는 그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모든 준비를 끝나고 ‘이제 계약만 하면 되겠다.’ 생각했던 장비가 있었다. 작년부터 꽤나 오랜 시간 계획해왔던 일이기에 이제야 잘 마무리된다 싶었는데, 입찰에 원하던 장비 업체 말고 다른 업체가 들어오게 되었다. 또다시 사양과 규격을 확인해야 했고, 이것저것 요청드릴 사항도 많았다. 처음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너무 슬프고 우울했지만, 사실을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는 새로 들어온 업체에 이것저것을 확인해보고 있는 중이다.


사람 간의 대화 속에서 많은 감정들을 느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내뱉는 말들, 무심코 던진 말이지만 비수가 되어 꽂히는 말들이 참 많았다. 지나가는 말에도 하나씩 곱씹으면서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볼 때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을 나도 내뱉어보고 싶다.’라며 되새기면서도 말하지 못하였다. 참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나는 말하지 못할까 하며 자책하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많은 판단과 잣대들이 나에게 꽂혀왔다. “넌 고독을 즐기는 거 같아.”,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아.”, “남지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비슷한 뉘앙스의 말들이 나를 향하게 되면 정말로 내가 그런 사람인 것처럼 나를 가두곤 한다. 그러곤 생각한다. ‘아, 나는 지금 사람들이랑 잘 못 지내고 있나. 그럼 어떡해야 하지.’, ‘나는 역시 혼자 일해야 하나 보다.’ 이제는 이런 생각들도 지겹다. 나는 그저 나일뿐인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평가한다. 내가 나를 잃어버릴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 때마다 나는 혼자가 되기를 택한다. 그때부터 영영 혼자가 될 것만 같은 또 다른 위기감이 시작된다.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그래도 잘 해내고 있어.’라는 생각이 번갈아서 든다. 내가 겪는 작은 일들에 너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도 힘든 하루를 보내면서 조금은 강해지고 있는 거겠지. 그렇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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