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가오는 일들, 해야 하는 일들을 외면한 채 아무런 변화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 잠에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내일의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
수많은 노력들을 해서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해야 하는 노력이 커지고 나의 한계를 마주하는 것만 같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생각만으로 숨이 턱턱 막히곤 한다. 잠에 들기 전에 드는 생각은 늘 같다. '내일 아침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아마도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더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서 그 감정을 무시했다. 더 바쁘게 일을 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니까 그 우울감을 잊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감정의 시작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였던 것 같다.
예전에 즐겨하던 게임에서 만든 길드의 이름은 바로 <감정억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길드의 이름은 참 희한하다. 아마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쯤이었던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숨기고 싶었던 것일까. 그때부터 가면을 쓰기 시작해서 지금의 나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늘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궁금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웃고 행복해 보이는 걸까.'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가면을 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궁금증은 여전히 같다.
하루를 지낼 때 나는 늘 바쁘게 노력해야만 했다. 그만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등바등했다. 그래서인지 늘 '나만 애쓰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그만한 노력이 있을 텐데. 나는 늘 내가 다른 사람들이 웃고 떠들 때 그 무리에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성과와 보람을 느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는 마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나의 감정 그 깊숙한 곳에 더 집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생각이다. 나의 하루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의욕을 되찾고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