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없이 달려온 학부 4년, 대학원 2년이 지나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일주일 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쉼 없이 달려오기만 했던 나에게 이 시간은 참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앞으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의미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오늘은 마지막 학기의 학점이 나오는 날이었다. 그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내가 제일 열심히 했기에 성적을 잘 받을 것이라 예상했던 과목은 B를 받았고, 내용이 어려워서 자신이 없던 과목은 A를 받았다. 나는 그 결과를 보고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다. 분명 작년의 나는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충격을 받았는데,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저 덤덤하게 넘길 수 있었다.
휴가의 첫날, 하루 정도는 정말 행복했다. 그다음 날에는 외롭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그리고 나의 쓸모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했다. 늘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 정말 일주일이라도 쭉 쉬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쉼을 가지니 불안했다. 지금 여기에 내가 있을 자리가 남아있을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에게 주어진 이 쉼의 시간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쓰기로 했다.
최근에 보기 시작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ENA 채널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여름에게 어떤 이가 물었다. “그렇게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살면 안 불안해?”라고. 그에 여주인공 여름은 되물었다. “음, 불안해요. OO님은 안 불안해요?”
쉬고 있어도, 쉬지 않아도 불안한 것은 똑같다는 의미를 지닌 그 답은 나의 뇌리에 꽂혔다. 그리고 여주인공 여름은 한 마디를 더 보탠다. “저는 사실 남들 기준에 맞춰서 살다가 병이 났어요. 남들은 다 잘한다고 생각하고, 저만 못한다고 생각해서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남 말고 저랑 친해지는 중이에요.“
그 말이 마치 내 상황을 대변하는 것만 같아서 신기했다. 그래서 일주일 간의 시간 동안은 정말 푹 쉬기로,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떠올려보면서 나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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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곡 “신지훈 - 심해”
너가 나를
사랑해 주는 만큼
나는 날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
그래서 너에게 숨게 돼
내 맘속에 고여있는 슬픔을
너와의 시간으로 보이지 않게 덮어버리네
밤이 오면 그 깊은 바다에 빠진 채
더욱더 모질게 나의 쓸모를 찾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