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거나 잔뜩 걱정되던 일들을 다 처리하고 났을 때, 혹은 시험 기간에 나는 꼭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어 진다.
가끔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 때 미용실에 들어가서 "머리 자르려고요."라고 말을 하고 짧아진 머리카락을 보고 나서야 '아 맞네. 지금이 현실이네.'하고 나 자신을 바라볼 때가 있다.
대학교 4학년 때 교생실습 때문에 하고 싶던 단발을 미뤘었다. 꼭 그런 제한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뭔가 어려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한동안 꾹 참고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교생실습을 무사히 끝내고 난 후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었다.
잠에 들기 전에 마음속으로 미용실에 갔을 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턱선보다 살짝 위로 잘라주세요."라는 말을 되새겼다. 얼른 내일이 왔으면 하는 설렘에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잘라야만 기분이 나아질 것 같고, 자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미용실에서의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상상하면 기분이 들떴다. 미용실을 검색하다가 그냥 집 근처 상가에 있는 미용실로 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1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났다. 얼른 나가야 하는데, 우산이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자르러 가는 나의 여정을 방해하는 것들이 싫고, 신경이 거슬린다. 이때의 감정은 회오리처럼 충동적이라 말릴 수가 없다. 자르고 나면 후회할 걸 알면서도 미용실로 곧장 향한다.
드디어 말을 내뱉었다. "머리 단발로 자르려고요." 처음 미용사분이 나의 뒷머리를 자를 때 거울에 보이지 않았다. 그저 뒷목의 느낌으로 온전히 느꼈다. 아' 길이가 이 정도구나.' 나는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느낌을 좋아한다. 머리카락이 점점 잘려나갈수록 거울 속에는 중학생 한 명이 보였다. '아, 망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턱선보다 짧게 자르고 싶었지만 턱선까지라고 했는데, 나의 마음속의 소리를 들으셨는지 턱선보다 짧은 머리가 있었다.
미용실 안에서 머리가 마음에 드는 일은 드문 것 같다. 어색해서인지 후회되서인지 집에 가는 길에는 유리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계속해서 돌아보며 확인한다. 분명 내가 생각한 모습은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하다가 집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데 계속 보다 보면 내 머리에 만족스럽다. 적응이 되는 걸까. 잘려나간 끝부분을 만질 때 기분이 좋아지고, 달라진 내 모습에 기분이 들뜬다. 그러다가 다시 긴 머리가 나은 것 같아 괜히 잘랐나 생각을 하다가, 자기 전에 누웠을 때 머리를 만지면 기분이 다시 좋아진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에 관해서는 기분이 참 요동치는 것 같다. 예전부터 머리카락 자르는 영상을 검색해서 보는 나 자신을 보면서 굉장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뿐 아니라 빨간 머리 앤에서 초록 머리로 염색하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만화 속 그림, 작은 아씨들에서 조가 아버지를 위해 머리카락을 팔아 짧아진 모습을 상상할 때 나는 정의할 수 없는 희열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그 시원한 기분 좋은 감정을 즐기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머리를 기르는 이유도 한 번에 댕강 자르고 싶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요즘에는 오랫동안 유지한 단발머리를 벗어나고 싶어서 미용실을 멀리하고 있는데, 오늘 글감의 주제를 보고는 오랜만에 미용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힐링이자 기분전환이다. 사실 가끔은 혼자 셀프로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하는데, 미용실에서 자르는 것보다 오히려 내 마음에 드는 날도 있다. 가위로 직접 머리카락을 자르는 느낌이 썩 마음에 든다. 오늘도 머리에 층을 내보고 싶어서 앞부분만 살짝 잘라봤는데, 아직까지는 마음에 든다. 가끔은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도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