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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Jul 18. 2020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벌써 7월 중순이 되었다.


올해는 참 빠르게 지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개강이 연기되었고 온라인 강의로 바뀌게 되었지만 그래서인지 뭔가를 많이 해야만 할 것 같았고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4월에는 책 출판을 준비하고, 5월에는 대학원 서류와 면접 준비를 하고, 자격증 공부를 했다.

6월에는 2주 동안 교생실습을 다녀온 다음에 바로 기말고사, 종강을 한 다음에 바로 전공 계절학기를 수강해서 어제가 돼서야 진정한 종강을 했다.


갑자기 바쁜 일상이 사라지니 굉장히 공허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또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때우는 것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몸을 쉬게 둔 적이 별로 없다.

조금 더 가치 있는 하루를 보내고, 뭐라도 발전된 내가 되고 싶어서 끊임없이 발버둥 쳐왔다.


내일부터는 부산으로 2박 3일 동안 여행을 가기로 했다.

언니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많이 설레기도 하지만 낯설기도 하다.

작년 7월부터 실습을 한 이후로 집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어서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도 하고, 야식도 먹었는데 집에만 있으면 내가 정해버린 틀에 갇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2박 3일의 여행이 끝나고 나면 나는 아마 다시 뭔가를 해나갈 것 같다.

기사 시험도 준비해야 하고, 대학원 서류 결과가 나오면 면접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다음 학기가 막 학기이다 보니 진로 계획도 차근차근 세워가야 한다.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지만 일단 여행을 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다른 세상에 가있는 것처럼, 흐르는 바람에 내 몸을 맡겨보려고 한다.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느끼는 것들은 무엇일까?

아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을 또 경험하게 될 것 같다. 일단은 그 소중한 시간들에 집중하고 싶다.

오늘은 내일을 위한 체력 비축을 핑계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 게임을 하고, 내일 여행 때 입을 옷을 정하고 누워서 낮잠도 잤다.


언니에게 "오늘 너무 아무것도 안 했어."라고 말했더니 언니는 나에게

"쿠키런도 하고, 눈 화장도 하고, 카트라이더도 하고, 잠도 자고 많이 했네!"라고 말해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미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가치 없다고 생각한 하루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낸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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