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정말 오락가락하는 날이었다. "그냥 이유 없이 우울해서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어요."라고 기숙사 룸메이트에게 말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의심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유 없이 우울한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우울한 기분이 들었을 때 그 우울의 원인을 찾는 일은 조금 별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우울할 때 주로 '왜 우울한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나는 두 가지 이유를 찾았다.
1. 원래 연구하고 싶던 분야와 관련된 기사를 보게 되었다.
2. 대학생활 4년 동안 너무 바쁘게 달려왔는데 또 쉼 없이 달려가고만 있었다.
원래 연구하고 싶던 분야는 에너지 하베스팅이라는 분야였다. 나름대로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나는 내 꿈을 찾았다고 생각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일들은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나의 생각과 꿈이 명확하고, 내가 그만큼 노력을 한다면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고, 정말 꾸준한 노력을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랩실에서의 시작이 싫지 않았다. 같이 인턴을 하고 있는 다른 인턴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과 '내가 하고 싶던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곳'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그저 '내가 소속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4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나의 꿈은 늘 연구원이었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엔 준비되어 있는 것이 없었다. 나를 취업시장의 경쟁선 앞에 놨을 때 나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생길 수 있는 공백기 자체를 나는 두려워했기에, 바로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내가 있을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 새로운 시작은 늘 떨리지만 '잘 해내야 한다.'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계속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모든 일상들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힘든 이야기를 잘 안 하다 보니 내가 나를 응원해주는 수밖에 없는데, 내가 잘 해왔던 것들에 대해서는 대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잘 해내지 못한 것에만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할까?',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왜 열심히 하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들로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에 대한 나의 기대는 점점 더 높아지기만 했고 그 기대를 충족하기엔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그저 하루를 잘 보내는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칭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게 싫고 나 혼자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싶어서 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자꾸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더 내가 강해지고 나에 대한 믿음이 뚜렷해져서 남의 도움 없이도 모든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유 없이 우울하다."라는 말에는 항상 모순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나의 우울의 원인을 감추고 싶어서 종종 그렇게 쉽게 말하곤 한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지만, 조금이나마 나에게 솔직해진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