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by 이남지 씀

요즘의 나는 그렇다. 꼭 바쁘게 살아가고 주말에는 누군가를 만나야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하면서, 이 곳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게 지쳐버린 것만 같다.


대학생일 때의 나는 '마이웨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누군가와 수업을 같이 듣고 싶어서 수강신청 시간표를 함께 짠 적도 없고 그렇게 혼자 들었던 수업이 많았다. 그때의 난 혼자인 시간을 좋아했고 부끄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혼밥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부터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불편했고, 나의 속도에 맞춰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편했다. 요즘에는 뭔가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 혹은 나의 심심함을 달래줄 수 있을 만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많이 생각한다. 독립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나였는데 점점 의존적인 내가 되어가고 있다.


이 곳에 와서 어떤 남자에게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이후로는 내가 먼저 고백을 하는 게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이상했다. 고백을 하고 나니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그저 외로웠거나 심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니 내가 너무 싫었다. 그 고백의 답이 거절이어서 다행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혼자 지내는 것을 싫어하는 불안정한 상태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갑자기 이 곳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되었던 외국인 친구가 무서워졌다.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자꾸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둘만의 private date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어차피 주말에 할 일이 없었기에 그 약속을 수락하였는데, 어제 연구실 선배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정확한 문장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약속을 수락한 이유 중의 하나가 심심해서가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으로 위험한 상황을 즐기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외국인 친구에게 앞으로 거리를 유지하고 싶고, 연락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전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상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의지할만한 친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모험을 즐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오늘 아침에 봤던 영화에서 나온 하나의 대사가 나에게 꽂혔다. "Make sure that's you want." 그것이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인지 확실히 하라는 말이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외국인 친구의 계속되는 카카오톡을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 주말에는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았으며 그 시간을 방해받는 것이 싫었다. 그럼에도 나는 거절을 하지 못했다. 예전부터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는 나만의 중심을 잡고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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