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깨자마자 다음 주에 시험이 있는 교양 과목을 같이 듣고 있는 사람에게 받은 연락은 이렇다.
"수업 시간에 잠들어버려서 그런데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시험 관련 중요 내용을 알려줄 수 있을까?"
처음엔 고민했다. 다른 사람에게 착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인지 고민이 되었다. 바로 필기한 강의자료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잠시만요!"라는 답장을 먼저 보냈다. 그 답장을 보내고 나서 한 30분 정도 고민을 했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왜 알려줘야 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업을 듣지 않은 것도 그 사람 탓이고, 시험을 못 보던 말던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오히려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연락해서 물어봐서 미안해. 고마워."라는 답장이 왔다. 그 답장을 받고 계속해서 또 고민을 했다.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났다. 그래서 "미안한 일인 거 알면 이런 거 물어보지 마세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돌아온 답장은 다음과 같았다. "싫으면 안 된다고 하면 될 것을 말을 그렇게 하니? 다른 친구한테 물어볼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잘못은 그 사람이 해놓고 나에게 오히려 화를 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순화해서 말씀드린 건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라고 답을 했고, 읽씹을 당했다.
"죄송해요. 보여주기 싫어요."라고 답장을 했으면 조금 나았을까? 내가 보여주기 싫은 걸 사과해야 하는 일일까. 나는 아직도 의문이 든다. 다음 주에 시험이 6개가 남아있는 오늘 나의 머릿속에는 저 말이 계속해서 맴돈다.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는 사람이고, 그렇게 친했던 사람도 아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마음은 무거운 걸까? 이런 일로 자책하고 있는 나도 싫고, 답장을 고민하느라 다른 일을 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아깝다.
어차피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공부를 하고 있을 텐데. 나의 시간은 누군가 보상해주지 않을 텐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절을 하는 일은 항상 어렵지만, 거절을 했을 때 상대방이 오히려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또 처음이다.
아마도 이 기억은 앞으로 계속 기억될 것 같다. 적절한 선에서 거절하고 나의 평정심을 지키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런 일들에 하나하나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나의 하루가 너무 아깝게 흘러갈 것 같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처 받고 신경 쓸 바에는 혼자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적당한 거리감과 대처능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