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ume

by 올리브앤리치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시간이었다.


아내의 수술이 끝나고,

수술로 떼어낸 조직으로 어떤 종류의 암인지를 알기 위해 기다리기를 1주일.


암 종류를 알고 난 뒤,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지을 Oncofree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를 3주일.


기다림의 시간 속에 우리 가족은

최대한 평소와 같으려 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아내는

수술 이후에도 강의를 단 한 번도 쉬지 않았고,


기어 다니던 아들은

이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아들이 태어난 뒤,

본인에게 관심이 줄어 서운한 리치지만

이젠 제법 아들과 어울릴 줄도 안다.


그리고 나도 손에 잡히지 않던 일을 다시 시작하였고,

아내 암 소식에 멈추었던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나니,

기다림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도 감사했다.


아내의 암은 호르몬 양성이라는 그나마 순한 종류의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Oncofree 검사 결과 항암치료는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비록 한 달간의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고 5년간 호르몬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그 결과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그 결과의 감사함보다 더 큰 감사함은

그 기다림 연속의 시간 속에서의 수많은 생각과 깨달음이다.


2년의 연애와

6년 차의 결혼생활.


2년 연애기간 동안 서로 싸우지 않아 천생연분이라 생각하며 결혼 준비를 하던 우리는

결혼을 하고 1년을 정말 미친 듯이 싸웠다.


둘이 정말 계속 같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때,

조금씩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시간을 지나오고 나니

가족이 늘어 갔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이야기하던 나의 글과 같이

그렇게 좋은 일과 힘든 일은 언제나처럼 느닷없이 찾아왔다.


인생은 고(苦)라 했던가.

힘듦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인연을 만들고,

또 그 인연으로 우리는 더 큰 힘듦을 겪는다.


인간의 만남은 언젠가는 헤어질 수밖에 없어서일까?

깊은 인연은 더 깊은 두려움을 낳기 마련이다.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우리 가족은

오늘도 주어진 삶을 살아가려 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또 어떤 기쁜 일과 힘든 일이 언제 닥쳐올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는 못하지만,

막을 수 없는 것이 인생사라면

오늘 하루 이 순간을 더 행복하게 지내보고자 발버둥 쳐본다.


그렇게 다시 시작이다.


이전 13화수술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