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질문
아이들 잠은 집에서 재우라는 아내의 말에 전날 아내를 입원시켜 놓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날이 밝자마자 아이들을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기고 건대로 향했다.
집을 나설 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8시 15분에 수술실로 내려간데"
마음이 급해졌다.
출근시간이라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건대역 도착까지 47분 소요,
지하철이 나만 먼저 내려 준다고 해도 아내 수술실 들어가는 건 못 보게 생겼다.
지하철은 역시나 출근하는 이들로 가득 찼고,
급한 마음은 출근하는 사람들이나 나나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신분당선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내린 나는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행여나 지하철 하나 보낼까
에스컬레이드에서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 본다.
이미 8시 15분은 지나간 지 오래다.
7호선에 올라탄 나는 괜히 논현에서 건대입구까지
5개 정거장을 다시 세어본다.
아저씨 논스톱은 안 되는 거겠죠?
그렇게 내 마음만 KTX인 7호선 안,
청담역에서 뚝섬유원지를 향할 때
7호선이 내게 잠시 쉼표를 찍어 주었다.
깜깜해 내 얼굴이 비추던 7호선 유리창 너머로
밝은 빛이 비치며 펼쳐진 한강뷰는
오줌 마려운 강아지 같던 내게,
'다 잘 될 테니 너무 서두르지 마'라고 일러주는 것 같다.
뚝섬유원지를 지나 건대입구로 향하며
다시 깜깜해진 7호선 유리창에 비춘 내 얼굴은
한강뷰를 보고 이제 좀 여유를 찾은 듯
한 건 개뿔,
건대입구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병원으로 올라간다.
병실에 올라가 보니
역시나 아내는 이미 수술실로 내려가 없었고,
간호사 선생님께 언제쯤 수술이 끝나는지 여쭤보니
10시 정도에 끝날 것 같고,
수술이 끝나면 병실로 올라올 테니
기다리고 있으면 될 것 같다 말씀하신다.
그리고 10시가 지났다.
아직 아내의 소식이 없다.
10시 반이 지났다.
아직 아내의 소식이 없다.
점점 마음이 초조하다.
수술이 혹시 잘 못된 건 아닌지,
열어보니 림프절에 전이가 되어 있어 수술이 길어지는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장모님께서 전화가 오셨다
"수술 끝나고 나왔니?"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켜 드리며 전화를 끊고
내가 더 걱정을 하고 있다.
집에서도 전화가 온다.
"수술 끝나고 나왔어?"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켜 드리는데,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듣는다.
"넌 어디서 기다리고 있어?"
"수술 끝나면 병실로 올라온다고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수술실 앞에서 기다려야지! 넌 드라마도 안 봤니?"
젠장.
본 거 같다.
드라마 속 수술실 앞 초조한 보호자들 모습,
수술이 끝나고 나오는 의사 선생님들의 수술 결과에 대한 이야기.
부리나케 병실에 나와 수술실로 향한다.
병실에서 나오면서 병실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신 간호사 선생님을 한번 보며 삐친다.
그리고 내려간 수술실 앞
현황판에는
아내가 회복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과 처가에
회복실에 있는 거 같으니 걱정 마시라고 다시 전화드리고
내가 이제 좀 안심한다.
그렇게 한 20분쯤 지났을까?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보호자분 이제 환자 회복실에서 나옵니다'라고 알려주신다.
그리곤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침대에 앉아
비몽사몽으로 나오는 아내.
고생했다고 손을 잡아보니
코끝이 찡하다.
병실로 올라오니 아까 그 간호사 선생님이
올라오셨냐며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아까 삐친 마음은 온 데 간데없고,
반갑게 맞이해 주시니
나도 반갑다.
"어머 환자분이 마취 너무 잘 깨고 올라오신 것 같아요! 제가 본 환자 중에 가장 잘 깨신 것 같은데요"
그러고 보니
살짝 비몽사몽 한 거 같아 보이는 것 빼고는 대답도 잘하고 안부도 잘 묻는 아내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주의 사항을 일러주신다.
"아직 마취 깬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오후 한시 후에는 죽을 먹어야 하고요, 저녁에는 정상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이번엔 예상치 못한 질문을 아내가 간호사 선생님께 한다.
"초밥은 못 먹나요?"
그때 간호사 선생님은 깨달았다.
'아직 마취가 덜 깼구나"
그때 난 깨달았다.
'넌 초밥에 진심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