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빠!> 꿈

아빠는 생생한 꿈을 꾸곤 했다.

by Julie

꿈속에서 아빠를 만났다. 잠이 깨는 동안은 그게 진짜라고 생각해서 꿈속의 상황에 몰입해있었다. 그런데 잠깐만, 잠깐만, 아빠는 이제 없지.


힐스테이트 앞 붉은 벽돌 가게는 코너 머리에 있어 위치가 좋다. 몇 년째 빈 가게처럼 되어있는데, 뜬금없이 아빠가 거기에 편의점을 차려 일하고 있었다.


엄마랑 나는 왜인지는 몰라도 그 앞 도로에 이불을 깔고 잘 준비를 하는데, 골목으로 막 들어선 트럭 아저씨와 말싸움이 있을 뻔했다. 자려면 저기 건너편 오토바이 옆에 눕는 게 낫다면서.(아무튼 꿈이라 이상하다.)


그렇게 일어나 보니, 컴컴한 밤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내려앉은 곳에 홀로 밝은 편의점 하나가 보이는 것이다. 보라색 간판에 아빠가 입은 조끼도 보라색. 씨유로구나.


편의점 알바가 아니라 점주가 되었다니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 없이 혼자서 24시간을 일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빠의 새로운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아빠는 좋아하는 술은 떼 온 가격으로 마실 수 있으니 오히려 돈을 아끼고 있다며, 진작 편의점을 할걸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말하는 얼굴이 어딘가 나른해 보이기도.


그 말이 황당해서 살짝 발끈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계속 편의점에서만 지낸다고 한다. 잠도 대충 구겨져서 자고, 자다 깨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빠를 꼭 껴안고 뽀뽀해주었다.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한, 가족이 어떤 시간을 지나며 만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중고등학교 때 그렇다가도, 대학을 가든 독립을 하며 떨어져 지내면 옅어지기도 하는. 오랜만에 먹먹해졌다.


아빠가 떠나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는 오히려 아빠를 미워하고 있다. 그 전에는 사랑했다. 미워하며 사랑했다. 헤어짐에도 단계가 있다고 하던데, 이게 2단계 미움의 과정인가 보다.


아빠로 인해 나는 세상에 존재한다. 나의 절반은 여전히 세상에 맞닿아 있는 아빠일 것이다. 그래서 행복할 거다. 완료형 주문을 하자면, 나를 데리고 세상의 많은 좋은 것들을 만나고 다녔다.


아빠는 생생한 꿈을 꾸곤 했다. 나도 그 점을 닮았다. 그래도 지난밤 꿈을 꿀 때는 느낌이 좋아서, 일어나며 '열심히 살아보자!'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기분전환을 위해 문을 나섰다. 집 안에서는 흐려만 보이던 하늘이 뭉게뭉게 개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