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일력 3/1

by Julie
초야에 묻혀 사는 것도
도(道)가 있으니,

맑은 시대가 아니면
초야에 묻혀 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정약용 <청시야초당기>


민음사에서 나온 <한국 산문선>은 총 9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라와 고려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들의 글을 실었다. <한국 신문선>8권에는 정조 임금 말기부터 순조 임금 시기에 활약한 문장가들의 글이 담겨있다. 정약용도 그중 하나다.


3/1의 일력에 나온 문장은 이 책엔 없다. 대신 검색을 하니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정조 20년 봄, 정약용이 휴가를 떠났다. 성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범조라는 집안 큰 어른을 만나러 간다. 정범조는 뛰어난 문장가에 영조와 정조의 총애를 받은 사람이라서, 원한다면 남들처럼 권세를 누리며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시야초당(淸時野草堂)’, 즉, 좋은 세상에 초야에서 노년을 보내고자 했기 때문에 시골에서 유유자적 지내는 중이었다.


정약용이 방문했을 때, 마침 정범조가 새로 지은 초당 안에 정갈하게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신선 같았다고 한다. 집 주위에는 꽃나무와 소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고, 마루 위에는 붓글씨와 수묵화가 걸려있는 단정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정범조는 정약용에게 자신의 뜻을 담아 글을 하나 적어달라고 부탁하고 그것이 바로 <청시야초당기(淸時野草堂記)>이다.


정약용은 글에서, 군자가 좋은 세상에 초야에 은거할 수 있는 일이 행운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일단 좋은 세상이 아니면 자연 속에 평온히 지내기 어렵다. 반대로 군자가 좋은 세상을 만나면 조정에 나가 큰 일을 하게 마련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성을 얻으면 거기에 머무르려고 한다. 정범준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지만, 절개가 있기에 세속적인 이득을 포기하고 초야에 묻히길 원했다. 이것은 어디서 보고 배운 것도 아니고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운 좋게 좋은 세상을 만났고, 스스로 욕심 없이 노년을 자연과 함께 보내기로 결심한 집안 어르신을 칭찬하는 글이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나는 자연인이다>를 좋아하는구나.





삼일절이자 연휴 둘째 날.

매년 3월 1일은 지역마다 건강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날씨가 살짝 추워지고 오후엔 비가 조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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