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분명하게 감응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하늘이 백성을 통해 보고 듣기 때문이다.
백성이 바라는 것은 반드시 하늘이 따르니,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마음과 한 사람의 존재는 미미하지만,
결국에는 밝으신 상제께서 보답하신다.
조식 <위험한 백성>
오늘의 문장은 <한국산문선>3권 51페이지에 실려있다.
조식은 1501년부터 1572년에 살았던 사람으로, 성리학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관직에 나가지는 않았다. 말년에는 후학을 가르치는데 힘썼다.
제목인 ‘위험한 백성’을 한자로 쓰면 ‘民巖賦(민암부)‘이다. 民(백성 민)과 巖(험할, 바위 암) 자를 쓰고, 뒤에 붙은 ‘부’는 ‘문부(文賦)‘의 줄임말로 산문형식의 글을 뜻한다. ‘위험한 백성에 대한 글’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민암(民巖)‘이라는 단어는, 유교의 핵심 경전 중 하나인 ‘서경’의 여러 글 중 ‘소고’의 한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바로 ‘위험한 백성을 돌아보고 두려워하라.‘는 문장이다.
<중종실록>에서 1534년에 있었던 과거시험 주제로 ‘民巖賦(민암부)‘가 출제되었다고 하는데, 조식이 과거시험 보기를 포기한 1537~1538년 이전의 일이라 아마도 이때 쓴 글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과거시험은 논리적인 글을 써내는 시험이니, 대학교에서 논문을 쓰는 것과 비슷했을 것 같다. 논문을 쓸 땐 기존에 신뢰를 얻은 논문을 차용해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곤 한다. 조식이 쓴 ‘위험한 백성’도 <순자>에서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으나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말을 따왔고, <서경>의 [태서]에서 ‘하늘은 우리 백성의 눈을 통해서 보고, 하늘은 우리 백성의 귀를 통해서 듣는다.’라는 말도 참고했다.
이 글의 요지는, 한 사람의 힘은 약하지만 만백성의 힘은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백성의 마음이 돌아서면 군주에게는 두려운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백성의 마음이 왜 돌아섰을까? 군주가 선하지 않은 행동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백성을 위험하게 만든 것은 군주 자신이다.
평지라고 안심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편안한 이부자리에서 떨어진 줄도 몰랐던 바늘에 찔릴 수 있듯이, 작은 화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백성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원인으로, 임금 한 사람이 선하지 않은 것을 으뜸으로 쳤고, 사치와 유흥, 터무니없이 많은 세금, 탐관오리가 관직을 얻는 일, 제대로 실현된 지 않는 사회 정의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항목들이다.
조선시대에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 참고했던 유교 경전이, 지금 이 시대에도 쓰임이 있겠구나.
+추가)
<한국 산문선>3권 63쪽 최연이 쓴 ‘노비 기러기’도 인상적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느라 힘들어서 다른 날 문장에 나오면 다뤄봐야겠다.
민음사 일력을 구매한 건, 하루에 한 장씩 뜯어내며 좋은 문장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직접 문장을 따라 적어보고, 어떤 내용인지 조사도 해보니, 일력은 민음사의 좋은 굿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는 책이라는 상품을 생산하고, 홍보하고, 서점이라는 유통처에 공급한다. 글의 특징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고전은 저작권이 만료되어 생산비를 아낄 수 있다. 고전문학책을 만들고, 책 속 문장을 뽑아 일력을 만든다. 일력을 돈 주고 구입한 고객에게, 저절로 원본이 담긴 책의 홍보가 이루어진다.
최근에 민음사 일력에 나온 문장을 찾아보려고 도서관에 갔었는데, 도서관마다 민음사에서 나온 <한국 산문선> 전집이 있었다. 일력의 문장을 하루에 한 번 따라 적을수록, 이 책에 익숙해지고 있다.
뭉게구름에 가려 설악산이 안보인 오후
귀엽게 생긴 배가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었다.
구구 크러스터 아이스크림으로 아포가토를 해 먹었다. 집에 마카다미아가 있어서 토핑으로 올렸더니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