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은 잠을 자다가
세상에 나아가 충신이 되었고,
도연명은 잠이나 자고 시골에 처박혀
지조 있는 선비가 되었다.
이만용 <잠자는 인생의 즐거움>
오늘의 문장은 <한국 산문선>9권에 나왔다.
이만용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었다. 1792년에 태어나 철종 때 벼슬을 얻었다. 1909년에 증손자인 이원승이 이만용의 시문을 모아 <동번집>이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이만용의 호인 ‘동번’에서 따와 지은 이름이다.
<동번집>은 4권 2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4권에 오늘의 문장인 <잠자는 인생의 즐거움>이 있다. 한자로는 <寐(잘 매)辨(분별할 변)>이라고 쓰는데, ‘잠에 대한 변론’이라는 뜻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잠을 나쁘게만 보는 시선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제갈량은 잠을 충분히 자고도 세상에 나아가 이름을 떨쳤고,
도연명은 벼슬에 나갔다가 말년에 시골에 파묻혀 유유자적 말년을 보냈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다.
도연명의 자(성인이 된 후 불리는 이름) 중에 ‘도원량’이 있는데, 제갈량을 사모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제갈량은 181년에 태어났고 도원명은 365년에 태어났다. 거의 200년 정도 전에 태어난 역사 속 인물을 흠모했던 것이다. 이만용이 두 사람을 글에서 언급한 이유가, 제갈량에 대한 도원명의 팬심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어제자 문장을 찾다가 익숙해진 이 사이트가 좋다.
'한국 고전 종합 DB' 사이트에 <동번집>의 원문과 정보가 잘 나와있다.
요즘 사람들만 잠을 적게 자는 줄 알았더니,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