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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Jan 31. 2024

영끌로 다녀온 두번째 어린이도서관

책육아 시작 D + 8

지난주에 다녀온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마음에 들었다. 30분 정도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아이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책을 읽었다. 그날 밤, 집 주변 어린이 도서관을 검색했다. 작은 어린이 도서관 외 두 곳이 더 나왔다. 규모도 크고 후기도 좋고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있어 보여서 도서관 길들이기 미션은 수월할 것 같았다.


드디어 오늘. 그 두 곳 중 평점 5.0인 곳을 골라 아이들과 방문했다. 평소에도 도서관을 좋아하는 첫째인데 '재미있는 도서관'에 가자고 하니 더 방방 뛰면서 즐거워했다. 이동거리는 20분 정도 소요됐다. 나쁘지 않다. 다닐만한 거리이다.


일단 주차장은 넓었고 빈자리도 많았다. + 1점이다. 큰 도서관에 가면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해주고 싶었던 게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회원카드이다. 책육아 인플루언서의 인스타에서 봤는데, 그 회원카드 덕분에 도서관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보자 하고 대뜸 카운터에 가서 "만들어주세요!" 했는데 아이핀 인증부터 회원가입 후 등본 확인 등등... 당장 해결하기엔 절차가 너무 많아 포기했다. 두 아이가 내 다리를 잡고 빨리 책 보러 들어가자고 매달리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유아도서실에 들어가니 첫째, 둘째를 위한 도서가 전면으로 진열되어 있어서 이제 책만 읽어주면 성공이다 싶었다. 한쪽 방엔 블록 장난감들이 있는 놀이실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책 쪽으로 모였다. 자리 잡고 앉아서 첫 도서로 [수박 수영장]을 읽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장이 넘어가려는 그때, 유치원 혹은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어린이 두 명이 들어왔다. 아가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빼앗겨버렸다. 오픈되어 있는 곳이니 이것 또한 적응해 보자 했다. 그런데 큰 어린이가 작은 어린이한테 열심히 책을 낭독해 준다. 결국 우리는 수박 수영장이 왜 수박 수영장인지도 모르고 책을 덮게 되었다.

 

옆 방으로 옮겼다. 작은 방이지만 책은 가득 꽂혀있다. [아프리카 초콜릿], [똥방패], [노란 장화], [탄빵] 등등 둘째가 짚어오는 대로 첫째랑 하나씩 읽어갔다. 그러다가 문뜩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놀이실이 첫째의 눈에 들어왔나 보다. 이미 몸의 반은 문 밖으로 나가 있었다. 놀다가 오라고 했는데 첫째가 들어가질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게 보였다. 갑자기 둘째에게 "들어오면 안 돼'하는 소리도 들렸다. 겁먹은 둘째는 울면서 쪼르르 엄마에게 달려왔다.


고학년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놀이실 안에 있었는데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인 것 같다. 우리 아가들도 아가지만 그 아이의 의견도 존중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들어오지 말라는 말에 나는 그 아이가 경계를 풀 때까지 기다렸다. 틈을 보다가 천천히 들어갔다. 하지만 마음껏 놀기엔 그 방은 이미 그 여학생의 안방 같았고 첫째도 둘째도 엄마 옆에 딱 붙어 무엇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바로 짐을 싸서 나왔다. 오늘의 어린이도서관 탐방은 여기까지.   


도서관 길들이기를 너무 쉽게 생각했더니 큰코다쳤다. 고작 한 시간 반 머물렀는데 집에 오니 눈이 충혈될 만큼 피곤했다. 예민한 엄마가 낯선 공간에 가서 자연스러운 척하려니 벌 받은 것이다. 엄마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또 하나 배웠다.


부족했던 독서양은 귀가 후 북나잇 하면서 조금 채웠다. 첫째는 Paw Patrol 영문 미니책을 골랐고 둘째는 [토끼의 낮잠]을 골랐다. 이 두 권을 번갈아 가면서 여덟 번은 읽었다. 계속 읽어달라고 하면 그러자고 한다. 두세 번째부터는 본인들 목소리가 더 커져서 엄마는 반응만 해주면 된다.

 

영끌해서 책육아 완료 및 육퇴.


앞으로 어린이도서관은 어찌하면 좋은지 고민이 된다. 안 그래도 쉽지 않은 남매 책육아를 더 고생하면서 까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계가 있는 엄마의 저질체력.


아가들아... 내일을 위한 북모닝 준비는 엄마가 해두었으니 독서는 아빠랑 해다오


_I CAN DO I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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