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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woluck Sep 25. 2020

톨스토이 입문서

톨스토이(시공디스커버리. 민음사)



1.
뭔가 절대적으로 새롭고 중요한 것, 자신에게는 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것,
그런 것이 당신 안에서 일어날 때 비로소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을 표현하고픈 갈망은 결코 당신을 가만히 있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톨스토이, 지르케비치에게 보낸 편지 1890.6.30.

2.
첫째, 글이란 표현하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해서 그것을 실행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에만 써야하는 것..
셋째, 글은 절대로 급한 마음으로 써서는 안된다...
넷째, 특정시대의 대다수의 대중의 취향과 요구에 부응하려는 욕구를 피해야 한다...
톨스토이, 문학에 관하여 중에서, 1907.9.2. 편지
이상 본문에서.

다수의 문학작품들을 접하면서 나도 한 번쯤은 내 사상을 더욱 공고히 세워서 무언가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아직 준비된 것도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소위 말해 건방지기 짝이 없는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다. 찬란한 빛을 발하고 현재까지도 인류에게 삶의 빛을 비춰주는 대작가이자 선지자들의 작품을 감히 읽으면서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작은 마음속에 불을 지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마치 제대로 씹지 않고 음식을 삼킨 탓에 위에 내려가지 않은 것 같은 불쾌감.


자신만의 고유한 사상을 정립하고 살아가기가 그 어느때보다 힘든 시대. 정신적인 가치에 대한 숭상은 이미어느 사전의 한 귀퉁이에나 나올법한 상태로 취급받은 이 시대. 고전과 사상을 논하는 것보다 지난 밤 무심히 아무 생각없이들 보았고 머릿속에서 곧 지워질 드라마에 대한 잡담과 연애인들의 신변잡기를 논하는 것이 더욱 "상식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이 시대. 그 와중에서 대작가들의 고전을 접하고 그 고전을 접하고 난 뒤에 사색과 불면의 밤을 지새는 것이 전혀 환영받을 유희가 아니게 되어버린 이 시대. 그 와중에 나는 왜 무언가를 창작하고 싶어서 이렇게 유난을 부리는 것인가.


톨스토이는 일기의 작성을 통해 우리가 접하는 그의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세웠다고 한다. 단순한 신변잡기를 너저분하게 적어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의 경우처럼 뭔가 - 지금은 그게 뭔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으나 - 내 나름의 사상을 공고히 하고, 인류와 사물에 대한 애정을 기르는 기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톨스토이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입문하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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