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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woluck Sep 25. 2020

주명철 교수님께

프랑스 혁명 10부작을 읽은 후

교수님의 역저 "프랑스혁명사 10부작"을 다 읽어보았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시작부터 로베스피에르가 사형당할 때까지의 과정을 10권이라는 큰 분량으로, 생생하게 영화를 보는 듯, 내가 그 당시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해 주시고 프랑스 혁명의 본질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해 주실 수 있게끔 기회를 주신데 매우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사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프랑스 혁명"을 자세히는 몰라도 그 이름 자체는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프랑스혁명은 "혁명"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어떤 한 계층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귀족 및 성직자 계층이 아닌 부르주아 계층이 주도한 구체제를 급속히 뒤엎어버리는 - 왕정까지 폐지함도 모자라 루이 16세를 처령해버리는 - 말 그대로 경천동지할 정도의 강력한 것이었겠죠. 루이16세가 삼부회를 소집할 때만해도 프랑스가 혁명의 회오리에 휩쓸릴 줄은 전혀 짐작도 못했을 것입니다.

교수님이 본 작품의 권두마다 들어가는 글에서 말씀하신 것을 보면, 요약하자면 "프랑스 혁명을 거울로 삼아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나름의 혁명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맞나요? 프랑스 혁명이란게 결국 그렇더군요. 혁명으로 인해 사회제도를 다 갈아엎었다가 테르미도르의 반동이 일어나고 이를 틈탄 나폴레옹이 제정을 선포함에 따라 실패한 혁명이 됩니다. 물론 나폴레옹 제정 시기에 프랑스가 법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나름 발전한 바가 있다고도 합니다만 공화정의 싹을 밟은 건 확실합니다. 그러고 나서 나폴레옹이 유배되고 이래저래 다른 왕들이 다스리다가 결국 현재의 공화국에 이른 것이죠. 물론 그 과정에서 나치에 부역한 자들을 숙정 및 숙청한 과정은 필이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상황을 보면, 귀족제를 폐지하고 성직자를 국가공무원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 당시 기준으로 보면 정말 놀라 자빠질 일입니다. 도망친 귀족도 많았구요, 국외로. 제정을 공화정으로 만들기 위해 물론 결과적으로야 논쟁의 거리는 있을 것이지만 희생된 사람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혁명을 이끌던 계층은 "다 갈아엎어야 한다"고 마음 먹고 달려든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18세기 프랑스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는게 무리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촛불혁명"의 가치를 계속 이어나갈 상황이 될 수 있을까요? 구한말 동학운동도 한 때는 "혁명"으로 승격시키려던 때도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지요. 광복 이후에 "반민특위"를 통해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른바 친일파의 후손들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고, 4.19., 5.18. 을 통해 많은 시민이 목숨을 바쳤어도 그 당시의 고위공무원 등의 부역자들은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도층 행세를 하고 살았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다고는 하나 그 동력은 젊은 세대에 있어서 여러가지 현실적 어려움 - 소득의 불평등, 집 값의 말도 안되는 폭등, 인구 감소 - 으로 점점 그 관심과 동력을 잃어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뒤집어 엎어볼 힘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처럼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 나타나 제정과 비슷한 상황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혁명을 이루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란 걸 느끼게 됩니다.

교수님의 바람처럼 우리가 프랑스혁명과는 달리 성공한 혁명으로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각자가 노력할 일이겠지요. 혁명의 동력이 점점 달리지나 않을까 염려하시는 마음으로 이 책 시리즈의 후반부를 집필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얼마나, 더, 무엇을 희생해야 우리나라도 뭔가 제대로 된 혁명을 완수해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끔 해주신 책 잘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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