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 뭐요

by 지우




사과 박스를 풀다가

벌레 먹은 것이 있길래

따로 두었다


어린 나무 대지에 파고들어

하늘로 땅으로 뻗어나가


암꽃 신부 수꽃 신랑

중매쟁이 벌의 분주한 날갯짓


비 오면 살 찌우고

해 나오면 단맛 모아

발갛게 발갛게


햇볕 좋고 하늘 높은 가을날

꼭지를 분질러 딴 아낙네

다칠세라 살포시

내려놓았을 텐데


새콤달콤 유혹 못 이기고

맛 좀 봤기로서니

벌레의 잘잘못은 따지지 않기로 한다


한 입 거리 지분도 없는

사각사각 수평의 내 칼질에

끊어지는 사과껍질

사과의 생애만큼 긴

깨달음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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