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와 그 남자가 간다
그 남자는 앞서서 그 여자는 뒤서서
그 남자는 앞만 보고 걷는다
그 여자가 멈추고 허리를 굽힌다
앉은뱅이 풀이 아우성 같은 꽃을 피웠다
수 없이 발돋움했어도
고작 그 높이
밟히면 흠흠 헛기침이라도 하며
힘을 냈을
땅바닥에 붙어서도 꽃대를 올렸구나
장하다 장해
애잔한 응원이 연보랏빛 꽃 위로 떨어진다
그 여자는 꽃을 보고
그 남자는 꽃을 보는 그 여자를 본다
그 여자가 걷는다
꽃을 돌아보노라 그러는지
몸이 삐걱대서 그러는지
빨리 걷지 않는다
멀찌감치 섰던 그 남자도 걷는다
앞만 보고 걷는다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해가 벌써 붉다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얼굴도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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