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과 속도, 꽃에 대하여

by 지우




그 여자와 그 남자가 간다

그 남자는 앞서서 그 여자는 뒤서서

그 남자는 앞만 보고 걷는다


그 여자가 멈추고 허리를 굽힌다


앉은뱅이 풀이 아우성 같은 꽃을 피웠다

수 없이 발돋움했어도

고작 그 높이

밟히면 흠흠 헛기침이라도 하며

힘을 냈을


땅바닥에 붙어서도 꽃대를 올렸구나

장하다 장해

애잔한 응원이 연보랏빛 꽃 위로 떨어진다


그 여자는 꽃을 보고

그 남자는 꽃을 보는 그 여자를 본다


그 여자가 걷는다

꽃을 돌아보노라 그러는지

몸이 삐걱대서 그러는지

빨리 걷지 않는다


멀찌감치 섰던 그 남자도 걷는다

앞만 보고 걷는다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해가 벌써 붉다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얼굴도 붉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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