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가게에서

by 지우




투명유리 너머 주방

움직임이 민첩하다

위생장갑 낀 흰 손이 긴박하게 왔다 갔다

적근대 치커리 토마토 적양배추

아보카도 아몬드 슬라이스

닭고기와 연어 따위를

목재 볼 안에 차곡차곡 담는다

찰나의 망설임도 용납하지 않는

절도 있는 매뉴얼

지글지글 고기가 냄새로 구워지고

도마 위

삶은 달걀은 같은 크기로 나뉜다


대기 줄은 연신 꼬리 붙이기

자동주문 화면에 닿는 손길은

끊이지 않는다

좁은 주방 속 두 사람은

서로 등진 채 게걸음으로 비껴다니다

팔을 들어 선반 위

그릇을 꺼내기도 하고

프레스토 빠르기로 피아노를 연주하듯

현란한 손놈림을 보여준다

전쟁이다


시간과 필요가 뒤엉켜 복작이는

주방 밖도 전쟁이다

대열에서 벗어나고 싶을수록

진동벨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드디어 손바닥을 간지럽히는 감각

디익 디 디이익

벨 진동과 함께 튕겨지듯 나아가는 몸

생명의 연료가 담긴

쟁반을 떠받들고 테이블로 가 착석!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하루라는 전쟁의

전반부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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