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커튼을 열었을 때
창밖 세상은 젖어 있었다
빗물은 나뭇가지 끝에서 뚝뚝 듣고
마당의 자갈은 촉촉하게 빛났다
억새
아무리 비를 맞아도
이 모습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
처량함을 애써 감추며
표정 없이 서 있다
봄비라고는 하지만
바람은 차갑고
머리알에 닿는 빗방울은
머리털이 쭈뼛하도록 아팠다
누군가의 사랑이 끝날 때처럼
계절도 바뀔 때는
몸살을 앓는 모양이어서
하늘은 암울하고
세상은 축축하다
차 창 유리에 온몸을 던져
기다란 사선으로 소멸하는 빗방울
훑어내도 훑어내도
자꾸 달려드는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