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 빨래를 넣다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며칠 전 빨려다 만 옷들이
어둑한 데에 들어앉아 있다
꽉 찬 세탁기가
두어 번 비명 같은 금속음을 낸 후에야
제 속도로 돌아간다
물살에 젖은 빨래는
거품에 몸을 맡기나 싶더니
저희끼리 처덕처덕 부딪히다 엉켰다
이제 그만 항복이라는 듯
구겨지고 납작해져 버렸을 때
꺼내어
탁탁 소리 나게 턴다
햇볕 쨍한데
바람까지 살랑 불어
늦은 오후까지는
걷어들일 수 있겠구나 중얼거리다
내 안 어디
아무렇게나 던져진
묵고 찌든 생각들이
빨래처럼 쌓여 있을 텐데
하늘을 본다
옷걸이에 걸려
그새 조금 더 투명해져서는
춤추듯 팔랑이는
말끔한 빨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