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실에서 이름을 쓰며 -
엄마는 어떻게
아이들 둘을 잃고
넷을 그렇게 끔찍하게 아끼며 키워놓고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부탁을
나에게 하는 거지
아 이게 작은아이에게 하는
엄마의 마지막 부탁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에게 부탁하는 걸까
널 믿고 사랑하니
네 이름을 써하고 나에게 하는 부탁일까?
엄마의 부탁이라면
내게 하는 당부라면 이유가 있겠지
엄마는 이생에 고통만 남은
육신을 벗어던지고 나면
다시는 내생이 없기를
이번이 네 번째 마지막이 되어
윤회의 고통을 끊고
지장보살이 되시기를
그래서 그 따뜻한 웃음을
당신의 아이들 말고
모든 생명들에게 보내주시길…
꼭 그리되기를
오늘 동의서에 적는
엄마가 준 내 이름이
엄마가 내게 하는 약속이 되기를…
지장보살님이 되기로
손가락 걸고 하는
새끼들과의 약속이기를 난 소망해 엄마
2025.5.29
**호
형제 대화방에 어느 날 올라온 시 한 편.
시를 쓴 이는 작은오빠였고, 날짜는 엄마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한 날이다.
엄마가 새벽에 화장실 가다 넘어졌을 때, 아버지는 가까이 사는 작은오빠한테 먼저 연락을 했고,
오빠는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갔다.
구십팔 세 고령에 수술이라니, 수술을 안 하면 한 달을 넘기지 못할 거라니.
그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혼자 듣고 누구와 상의할 여유도 없이
떨리는 손으로 수술 동의서에 자기 이름을 썼을 거다.
오빠의 시가 형제방에 올라온 것은 엄마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병원 두 군데를 옮겨가며 세 달이 다 되어가는 입원 기간을 정리하고,
엄마를 일단 집으로 모시자는 언니의 의견을 따르려는 즈음이었다.
마침 저녁을 먹고 있었다.
씹다가 채 넘어가지 않은 밥알이 든 것도 잊고
입을 크게 벌리고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작은오빠는 상습적 눈물 유발자이다)
'나는 엄마랑 영영 헤어지는 것도,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니라 지장보살님 되는 것도 다 싫어요!'
시야가 흐려서 핸드폰 창에 자꾸 엉뚱한 글자가 쳐졌다.
(나는 지장보살님이 무슨 일을 관장하는지도 모른다)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남편이 말했다.
"아니, 어머니 돌아가시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시를 읽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엄마가 젊었을 때 얼마나 예뻤는지
어떻게 고생하고 살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엄마 뱃속에서 나오지도 않았으면서…
애꿎은 남편만 원망했다.
"아이고. 참,
엄마가 아직 살아계신데 왜들 그래.
살아계실 동안 최선을 다 해야지 울면 뭐가 해결되나."
언니가 올린 답글에 그만 눈물이 쏙 들어갔었다.
언니는 맏이다.
말로는 센 척 해도
자기도 비죽비죽 울고 있을지 모른다고,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막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