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실에서 돌아오는 엄마가 탄 휠체어의 손잡이를 낚아채듯 잡는다.
침대로 가면 그대로 잠에 빠져 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는 나의 지도가 잘 먹혀들지 않으면, 냅다 휠체어를 밀고 복도를 돈다. 서너 바퀴쯤 천천히 돌고 나면, 등 뒤에 서 있어서 볼 수 없는 나를 제지하기 위해 다급하게 손을 들었다. “얘!”
엄마는 진땀을 흘렸다. 수술하고 쇠약해진 몸에 막 물리치료를 끝내고 온 엄마에게 무슨 힘이 더 남아있다고 그랬는지.
간병 여사님과 힘을 합쳐 침대에 눕히는 엄마 몸이 가볍다. 기형적으로 튀어나온 무릎, 뼈가 먼저 만져지는 정강이. 손은 한지로 만든 것처럼 얇고 투명해서 보라색 핏줄이 다 비쳤다. 오래된 책갈피 사이 나뭇잎처럼 바스락 소리를 낼 것만 같다.
치아가 거의 없는 엄마의 식사는 죽과 반찬을 같이 넣고 곱게 갈아버린 유동식이다.
엄마는 원래 죽을 싫어하는데 병원에서는 매일, 세끼를 이렇게 먹어야 했다.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앙다문다.
“어머니, 이제 큰아들한테 혼나요!”
자식 중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큰아들이라는 것을 이미 간파한 간병 여사님의 귀여운 협박.
엄마는 큰아들을 기다린다. 큰아들이 오면 죽도 곧잘 받아먹는다. 아프지도 않고, 다 나았다고 하면서 사실을 왜곡한다.
“야, 우리가 갔을 때랑은 완전히 달라. “
“엄마가 그런단 말이야?”
나중에 통화하면서 언니랑 내가 깔깔 웃었던 이유다.
죽 한 그릇을 억지로 먹이다시피 하고 나면 하루 삼분의 일을 끝낸 듯 홀가분했지만, 엄마는 또 진땀을 흘렸다.
온 힘을 다해 젖을 빠는 갓난아이가 그러듯이.
닦아주는 내 손에 닿는 목덜미가 차가웠다.
그날도 어찌어찌 식사가 끝났다. 이제 그만 가야겠다 싶어서 귀에 내 입을 바짝 대고 말했다.
“엄마, 나 이제 갈게.”
“간다고?”
겨우 알아듣고 되묻는 얼굴에 언뜻 서운함이 스친다.
“응. 갔다가 낼모레 또 올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언니가 올 거야.”
미안함을 언니한테 슬쩍 넘긴다.
그러면 손을 내쪽으로 몇 번 휘휘 저었다. 마치 ‘내 걱정 말고 너는 가서 네 삶을 살아”라는 듯이.
간다고 말하고도 바로 못 가고, 몇 번째 주저앉은 나에게 엄마가 갑자기 말했다.
“야무지게 하고 살아!”
의외였다.
왜 이런 말을 나한테 하는 거지, 의아해하면서도 몸은 주춤주춤 병실을 떠났었다.
바로 ‘야무지게 하고 사는 게 뭔데?’하고 한 번 물어볼걸.
지금 엄마는 나한테 그런 말 한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을 텐데.
엄마는 나한테 뭘 당부하려고 그랬을까?
자식들 어서 여의살이 시키라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너희 부부 정답게 지내라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라고?
아니면 이것들 모두 다일까.
야무지게 하고 살아라, 야무지게 하고, 야무지게…
병원을 나와 몇 번이고 되뇌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아주 천천히.
혹시 이게 엄마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