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소설 <둘, 그리고 셋> 제4화

by 지우


미국에 사는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모양이었다.

그럴 때면 "주희구나!" 하는 엄마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커버 뚜껑을 제친 전화기를 귀 쪽으로 가져가는 손길은 다급해졌다.


주희는 한 중소기업 사내 커플로 제부와 만나 결혼을 했고, 한국에서 5년을 살다가 미국으로 갔다.

당시 제부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도, 회사에 대해서도 크게 확신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큰 형은 그런 동생에게 미국에 와서 살지 않겠냐고 여러 번 제안했다.

제부의 큰 형은 일찍이 우리 기업의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갔었고, 6의 년 여의 주재 연한을 채우고는 본사로 복귀하지 않고 그곳에 정착했었다.

제부의 결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민 초기에 주희는 고생을 많이 했다. 윤희와 통화하다가 서럽게 운 적도 있었다.

좋게 말해 진취적이라고 할까, 일단 부딪히고 보는 제부 성격 때문에 주희는 더 힘들었을 거였다.

일도, 아이 키우는 것도 극성스럽게 열심이었던 삶에 대한 보상일까, 지금은 부부가 함께 업체를 운영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사돈네가 가까이 살며 자주 왕래한다고는 하지만, 친정식구 하나 없이 남의 나라에서 이십여 년 넘게 살면서 주희라고 허전하고 외로운 때가 왜 없었을까.


사기 사건에 대해 엄마가 세세하게 보고라도 했었던지, 엄마가 오히려 주희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응응, 그래. 다 잘 해결됐어. 돈도 다 돌려받았고. 응 그럴게. 너도 걱정하지 말아."

작은 딸과 엄마의 통화는 수 십 분씩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자신의 업무, 남편의 일 처리방식에 대한 불만, 딸이 아기를 가졌다는 희소식에 시어머니 흉까지 주희는 시시콜콜하게 털어놓았고, 의례히 고민 상담으로 이어졌다.

엄마는 항상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들어주었다. 조언도 해 주었으며, 마지막에는 기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윤희가 주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방으로 오고 갈 때 띄엄띄엄 들리는 것만으로 엄마와 주희의 통화 내용이 대강 짐작이 갔다.

그러면 엄마가 나한테도 저렇게 해줬던가 궁금해지고는 했다.

일일이 내 말 들어주고, 내 편 들어주고, 기도해 줬던가라는 물음에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자신으로부터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