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둘, 그리고 셋> 제5화
윤희가 고3이던 해 엄마는 집을 나갔다.
윤희와 정확히 두 살 터울인 주희와, 주희와 두 살 터울 지는 남동생 영훈까지 셋을 두고.
아빠는 성격이 유하고 지나치리만큼 과묵한 사람이었다.
멍하니 티브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거나, 초라한 안주 접시를 놓고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아빠를 보는 일이 윤희는 버거웠다.
윤희는 고3이라 입시를 앞두고 있었으므로, 하루가 다른 하루와 교대하는 새벽시간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모두가 각자의 방으로 자러 들어가고 없는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아빠는 세 아이와 자신이 남겨진 현실을 인정하고, 봉합하는 과정을 묵묵히 겪어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둡고 긴 터널 같았을 과정을.
오래지 않아 아빠는 재혼을 했고, 윤희네 삼 남매는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삶의 과정을 새어머니와 함께 했다.
커다란 벽걸이 액자 속에서 가족은 밝게 웃고 있었고,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자, 새어머니와 연결된 줄은 삭아서 곧 끊어질 것 같은 플라스틱 노끈처럼 푸석해졌다.
이종사촌 동생 수경이한테서 연락이 온 것은 윤희가 취업을 하고, 늦은 결혼을 해서 딸 지유를 낳아 키우고 있을 때였다.
"사는 게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언니한테 연락 한 번을 못했네.
실은 엄마가 언니랑 통화라도 한 번 하고 싶다고 해서. 조만간 언니한테 전화가 갈 거야."
'부탁인데, 모른척하지 말고 우리 엄마 전화받아줘, 언니'라고 수경은 말하고 싶었을 거였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이모 하고도 연락이 끊겼었다.
어릴 때부터 친했던 동갑내기 주희와 수경은 가끔 연락하며 서로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는 사이였다.
이모가 수경을 통해 윤희와 통화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그다음 날, 이모의 전화를 받았다.
"윤희야, 너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고 있다는 얘기는 수경이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어… 그런데 네 엄마가 너희들 너무 보고 싶어 한다. “
"네."
이모는 일방적 화자였고, 윤희는 대부분 아무 말없이 듣기만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