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여름

by 지우



여름 감기는 뭣도 안 앓는다는 옛말이

지금은 틀리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덜컥 감기에 걸렸다.


감기약에 잠 오는 약이 얼마나 들었는지

약 먹고 까무룩 잠들었다 깨고

다시 잠들었다 깨기를 거의

사흘.


살만해진 듯해서,

햇살 좋은 밖으로

무작정 나갔다.


부산하게 오가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햇볕 좋은 노천카페에서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


저 사람들도

호되게 앓은 적이 있겠지

누군가 몸져누웠을 때

바로 저 자리에 나는

앉아 있었겠지

햇빛 속을 거닐었겠지.


한 번쯤은 더럭더럭

앓아도 괜찮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고

영원히 아프지는 않을 거니까.


그늘이 시원해서

나무 밑길만 골라 걷는데

햇빛에 겨운 나무는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이전 01화일회용 컵과 본 차이나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