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는 뭣도 안 앓는다는 옛말이
지금은 틀리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덜컥 감기에 걸렸다.
감기약에 잠 오는 약이 얼마나 들었는지
약 먹고 까무룩 잠들었다 깨고
다시 잠들었다 깨기를 거의
사흘.
살만해진 듯해서,
햇살 좋은 밖으로
무작정 나갔다.
부산하게 오가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햇볕 좋은 노천카페에서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
저 사람들도
호되게 앓은 적이 있겠지
누군가 몸져누웠을 때
바로 저 자리에 나는
앉아 있었겠지
햇빛 속을 거닐었겠지.
한 번쯤은 더럭더럭
앓아도 괜찮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고
영원히 아프지는 않을 거니까.
그늘이 시원해서
나무 밑길만 골라 걷는데
햇빛에 겨운 나무는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