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머문다는 것은
단지 그 공간을
차지하는 일만은 아니다
숨결은 차곡차곡 사방에 쌓이고
손때 묻은
물건에 길이 드는 것이며
나눠먹은 음식냄새가
서로에게 배는 일이다
나즈막한 대화와 웃음 후에는
다른 생각이 얽혀
투닥거리기도 하는 일이다
언제나와 같이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염려와 격려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짐을 싸는 일은 훨씬 가볍다
더위와 갈증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아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기다리던 다육이
지난 여름이 궁금한 이웃
영원히 퇴색하지 않을
생명같은 오랜 이야기가 있는
여기 또한 머물 곳
이곳만의 향기가 있다
풍경이 있다
하늘과 구름과 강물
긴 줄에 매달려
굽이치듯 몸을 흔들며
내일도 비상하는
빨간 가오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