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대웅전

by 지우



옛적 어머니가 고향을 말할 때

어린 내 귀에도 그리움으로 들렸다

언젠가 꼭 가야지

대물림한 향수


두 개의 일주문과

금강문 사천왕문을 지나

주인 모를 돌탑들을 세어보며 오르고 또 오르다

화려한 조각이며 계단이 실망스러울 즈음

마침내 다다른 마지막 계단

그 위에 두 발 디디고 서서야

수그렸던 고개를 들었다


아! 너는 거기에 있었다


덕숭산의 위용이야

어찌 너를 따를까

울긋불긋 전각들쯤 저 아래로 보면서

당당하지만 오만하지 않고

기품이 있으면서도 힘이 넘치는구나


포개어 쌓은 얌전한 댓돌 위

백제 고려 목공 장인의 솜씨

빈틈없는 정교함으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앉았구나


겹처마에 우아한 맞배지붕

회화의 옷 벗겨진 박공이지만

아직도 설레게 아름다워

비바람에 씻기고 씻기어

단청마저 지워진

마알간 맨 얼굴


결대로 찢어지고 갈라진 나무기둥 의연하여

허울이야 가식이야

다 무슨 소용 있는가


삼층석탑 향하여

정갈히 합장하며

벗겨내고 씻어내고 덜어냈구나

그리하여 오로지

억만 개의 소원만 차곡차곡 접어 품은

천삼백 년 세월의

정수精髓




* 덕숭산: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산. 높이는 495M이다

* 겹처마: 처마 끝의 서까래 위에 짧은 서까래를 잇대어 달아 낸 처마

* 맞배지붕: 건물의 모서리에 추녀가 없이 용마루까지 측면 벽이 삼각형으로 된 지붕. 한국건축 지붕 중에서 그 구성이 가장 단순하고 간결하다

* 박공 牔栱: 맞배지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삼각형의 벽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