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에 점심으로 떡갈비를 먹으러 갔다. 자동차로 왕복 네 시간, 내륙 최고의 관광지 단양에 오직 떡갈비를 먹으러 갔다 왔다.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은 '그 음식점을 방문할 목적만으로 해당 지역을 여행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데, 나에게는 단양의 떡갈비 전문 식당 K회관이 바로 그런 집이었다.
K회관 첫 방문은 재작년 12월이었다. 항공사 소멸 예정 마일리지로 콘도 한곳을 예약하고 아내와 단양에 다녀왔다. 하필 가기 전날이 그 겨울 중 가장 기온이 내려간 날이었다. 감기에 걸려 만천하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도 연신 코를 풀었다. 그 겨울 감기를 앓은 기간은 그 때밖에 없다. 단양강 잔도길은 추워서 걷지 못하고 콘도 방에 드러누워 저녁밥 먹을 식당을 검색했다.
단양에는 마늘 떡갈비 전문점이 많다. 언제부터인지 지역 특산물 마늘을 활용한 음식들이 개발되었고, 그 중 하나가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은 마늘 떡갈비다. 내가 고른 곳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이용자 평점도 높고 콘도에서 가깝기까지 한 K회관이었다.
전날 강추위의 여파인지 저녁 일곱시가 다 됐는데도 식당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나와 아내는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로 많은 블로그의 지지를 받은 떡갈비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옆 테이블을 보니 남녀 한쌍의 손님이 식사를 거의 끝내가고 있었다. 그들의 테이블 한가운데 떡갈비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 테이블의 메뉴도 떡갈비정식인 듯 반찬 가짓수가 제법 많았는데, 메인인 떡갈비는 손도 안댄 것처럼 쌓여 있었다. 왜 저렇게 남길까? 우리는 음식을 남기는 걸 못 견딘다. 다른 사람의 음식이라도 많이 남기는 걸 보면 내 음식처럼 아깝고 마음이 좋지 않다.
잠시 후 우리 테이블로 음식 카트가 왔다. 종업원은 스무 가지 가까운 반찬을 테이블에 늘어놓고 떡갈비 화로에 불을 붙였다. 푸르스름한 고체연료였다. 그 위에 떡갈비 철판(내가 접시라 생각했던 것)을 올리는데, 오 그 양(量)이라니, 나도 아내도 눈이 동그래졌다. 두툼하게 두입 크기 정도로 썬 떡갈비가 철판 위에 수북했다. 옆 테이블 손님이 그정도 남길만도 했다. 일인 이만 삼천원, 두사람 사만 육천원짜리 메뉴인데, 세명이 먹어도 남을만큼 양이 후했다.
오기를 잘했다. 감기 때문에 술을 못 마신 게 아쉬웠다. 떡갈비 한덩어리를 집어 한입 베니 마늘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육즙이 촉촉했고 우리가 싫어하는 과한 단맛도 없었다. 다진 고기를 뭉치기 위해 소량의 전분은 썼겠지만 전분기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질감은 부드럽고 익힘도 완벽했다. K회관은 우리 부부의 쓰리스타 레스토랑으로 단박에 지정되었다.
밥은 알루미늄 솥밥, 누룽지는 많지 않았다. 밥 한 숟갈, 반찬 하나, 떡갈비 한입, 또 밥 한 숟갈. 시골 소도시의 겨울 밤에 우리는 행복하게 미식을 즐겼다. 소주만 있었으면 더 바랄게 없었을 것이다.
1년 1개월 후 올 1월, 우리는 단양을 다시 찾았다. 가짜 목적은 단양강 잔도길 트레킹, 진짜는 K회관 떡갈비를 먹기 위해서였다.
1월 치고 온화한 날씨였다. 단양 관광호텔에 짐을 풀고 단양강 데크길을 걸었다. 오후 다섯시,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K회관으로 향했다. 옛 친구를 만나는 두근거림, 그런데 식당이 가까와지며 뭔가 싸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뒷통수가 시려웠던 이유가 잠겨진 식당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정기휴일' 팻말. 수요일이 K회관 휴일이었다.
망연자실하여 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화도 났고 헛웃음도 나왔다. 지도 앱을 확인해도 수요일이 휴일이라는 정보는 없었다. 다른 떡갈비 식당을 찾아 전화를 해봐도 죄다 그 날 휴일이었다. 단양 문화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문이 열린 고기집에 들어가 삼겹살을 시켰다.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나는 또다시 K회관 떡갈비 먹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수요일과 주말을 제외하고, 월화목금 중에, 천안에서 열차 환승하여 단양에 와 K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강변을 걷다 열차편으로 돌아가는 플랜. 떡갈비 맛이 대수가 아니라 오기가 생겼다.
그리하여 지난주, 2025년 초여름 목요일, 우리는 관광 목적 하나도 없는 순 떡갈비 여행을 갔다. 돌다리도 두드렸다. 전전날 화요일 전화를 걸어 목요일 분명히 영업 한다는 확인을 받았다. 열차는 예매했다가 당일 아침에 취소하고 승용차로 갔다. 내가 낮술을 한잔 걸치면 돌아오는 길은 아내가 운전을 해야 하는데, "하지 뭐" 그렇게 승용차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일년 반만에 받아든 떡갈비정식 2인분. 가격은 그대로였는데 양이 엄청나게 줄어 있었다. 떡갈비 크기도 줄었고 수북하지도 않았다. 철판 위에 한 층 깔리고 그 위에 두세 조각 더 있는 정도였다. 한입 먹어보니 맛 또한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달고 짠, 수퍼마켓 냉동 떡갈비와 다를 바 없는 맛이었다. 나머지 반찬도 현저히 질이 떨어져 손이 가는 반찬이 두세 개에 불과했다.
떡갈비는 소주 한병 다 마시기도 전에 바닥났고 우리는 식당을 나서서 강가를 걸었다. 비애감이 몰려왔고 인생이 무상했다. 그러다 문득, 왜 맛집 두번째 방문은 실패하는가 그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황홀했던 그 맛을 시간이 지나 다시 찾으면 열 번 중 아홉 번은 실망한다. 장시간 줄 서서 먹었던 진주 H 냉면, 강원도 고성 막국수, 천안의 만두전골, 아산 G 뷔페, 모두 그랬다.
다음은 내가 정리한 결과다. 맛집 두번째 방문이 실패하는 이유는 4가지 중의 최소 하나다.
1.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퀄리티가 실제로 저하된다.
2. 당신의 입맛이 변했다. 사실 잘 변하기도 한다.
3. 행복한 기억은 갈수록 미화된다. 당신이 기억하는 맛은 실은 기만일 수 있다.
4. 두번째 방문은 기대치가 더 높아진다.
K회관은 이 4가지 이유 모두에 해당된다고 본다.
맛집 두번째 방문의 법칙은 여러 바리에이션으로 변주 가능하다. 이를테면 고향 방문의 법칙이다. 시냇물은 도랑이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은 흙먼지로 뒤덮혔다. 고향은 꾀죄죄한 시골로 변해 있다. 왜 이모양이 됐을까?
1. 그냥 낡았다. 보수 따위 없이 방치된 채로.
2. 당신이 그간 도시화가 되어 이제 시골이 낯설다.
3. 당신 기억에 환상이 개입되었다.
4. 옛 동산을 찾으며 마음이 필요 이상 들떴다.
아니면 학창시절 첫사랑을 몇십년 만에 만나는 법칙. 그는 배불뚝이 아저씨, 혹은 그녀는 푹 퍼진 아줌마가 되어 있다. 외모는 당신도 별 수 없지만 그 또는 그녀는 머리 속까지 폭 삭아 있다. 집에 온 당신은 저녁때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낸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에 잠겨 실소를 지었나보다. 왜 혼자 실실 쪼개냐는 아내의 말과 함께 우리의 단양 떡갈비 여행은 끝났다. 소주 기운은 말끔히 가셨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두번째는 고사하고 수십년 퀄리티 변함 없는 내 집, 내 현실의 가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