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사고로 인해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는 중증외상팀의 이야기를 다룬 의학 드라이다. 이미 <골든타임>이나 <낭만닥터 김사부>로 익숙한 소재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좀 더 자극적이고 판타지적인 설정이 부각된다는 점이다.
<중증외상센터>는 많은 부분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를 떠올리게 한다. 오직 환자만을 살리는데 올인한 천재 외과의사와 이를 추앙하는 동료들, 그리고 환자를 돈으로 바라보는 병원 관계자들까지. 사건 사고들의 연속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루는 메시지까지 김사부 시리즈와 고스란히 닮아있다. 차이가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백강혁을 좀 더 판타지적인 인물로 그려내면서, 전장을 누비는 히어로물처럼 통쾌한 의술로 환자들을 살려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제 의사인 원작자가 그려낸 의료 현장의 현실과 한계들을 잘 그려내면서, 이 판타지적인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지원으로 그려낸 사건사고의 스케일에서 이전 메디컬 드라마들과 확실히 다른 차이를 보여준다. 비주얼과 스케일까지 더해지니 <중증외상센터>의 수술 장면과 의료 현장들이 더욱 드라마틱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과장된 전개들로 인해 현재 문제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 사태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여서, 이 부분과 관련된 논란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의 애환과 의료현장의 모습들을 리얼리티 하게 다룬 드라마라면 모를까, 이 작품의 다소 과장된 의료 현장의 모습은 그냥 판타지 의학드라마 정도로 읽힐 뿐이다. 결국 이 부분이 이 작품의 강점이자 단점으로 보이는데, 유쾌 통쾌한 의학 드라마지만 그만큼 쉽게 읽히고 쉽게 식상해지는 느낌이다. 리얼리티와 판타지 양쪽에 발을 담갔던 김사부의 낭만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가감 없는 스토리에 빠른 전개로 오락적인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이 <중증외상센터>이다.
장르물에서 확실한 매력을 보여주었던 주지훈이지만, 의사 역할에 예상 밖으로 잘 어울리면서 최근 작품들과 비교해서 분명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나 <조명가게>보다 훨씬 더 거칠고 무대포인 백강혁이란 캐릭터에 찰떡같이 맞는 느낌이다. 역시나 놀라운 건 추영우. 양재원이라는 의사의 성장 과정부터 주지훈과의 케미까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옥씨부인전>에 이어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눈부신 미모를 감추고 간호사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하영의 연기도 인상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작품의 코믹함을 담당한 한교수역의 윤경호의 연기도 오랜만에 배꼽 잡고 웃었다.
가감 없는 스토리에 빠른 전개 그리고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스케일까지, <중증외상센터>는 오락적인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하는 작품이다. 판타지에 가깝긴 하지만 유쾌 통쾌한 의술 열전 속에 생명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 메시지와 의료 현장의 현실까지 다루는 영리함도 보여준다. 심지어 시즌2에 대한 기대를 자연스럽게 갖게 하는 결말까지 깔끔한 마무리를 선보인다. 어쨌든 그간 시즌제로 활용할 IP를 전부 소진한 넷플릭스가 오랜만에 새로운 IP를 찾은 듯 보이는 작품이었다. 올해 시작부터 좋은 넷플릭스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