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리뷰
25년 새롭게 오픈한 드라마 중 가장 큰 인기와 호응을 얻었던 <나의 완벽한 비서>. 특별할 것 없는 사내연애 이야기의 작품이지만, 두 주연배우의 케미와 비주얼의 합으로 엄청난 호응을 얻어냈다. 그 중심에는 열등감과 허세로 똘똘 뭉쳤던 느그동재 이준혁의 첫 번째 멜로드라마라는 점이 키 포인트로 작용한다. 여기에 감정선을 제대로 살려낸 연출도 크게 한 몫한다.
앞서 말했듯이 <나의 완벽한 비서>는 그리 특별한 게 없는 평범한 작품이다. 일밖에 모르는 까칠한 CEO와 이쁘고 일 잘하지만 가난한 비서. 그 흔한 CEO와 비서의 사내 멜로 이야기이다. 다른 차이가 있다면 이 작품은 남녀의 설정을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이 별거 아닌 포인트 하나와 멜로 시장에 처음 나온 이준혁으로 인해 엄청난 설렘 포인트를 자극한다. 심지어 이러한 비서에 미혼부라는 설정까지 붙여서 말이다. 뻔한 클리셰 덩어리의 멜로드라마지만 이 별거 아닌 포인트 하나가 이 작품의 차별성을 만들고, 좋은 배우들의 합이 다른 완성도를 이끌어 낸다.
결국 남녀의 설정만 바꾼 이 작품의 뻔한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것은 배우들의 합이다. 그 케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한 제작진들은 이준혁과 한지민이라는 신선한 배우의 합을 그려 넣는다. 비주얼적으로 완벽하지만 우리에겐 늘 느그동재의 이미지로 익숙했던 이준혁이 판타지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이상형의 남성상을 그리니, 그것만으로 엄청난 신선함을 자아낸다. 특히 유은호라는 판타지 남자의 캐릭터성이 멜로드라마를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면서 이 작품의 흥행에 불을 붙인다.
이미 느그동재에서 완성시킨 이준혁의 비굴미는 불쌍해 보이는 비서 역할에 찰떡같이 붙고, 한지민과의 얼굴의 합은 그저 완벽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결국 이 두 사람의 눈부신 케미는 클리셰 가득한 이야기마저 가볍게 압도시키는 원초적 재미가 된다. 케미로 설득시키는 개연성이 멜로드라마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증명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가장 돋보였던 것은 배우들의 케미만큼이나 감정선을 그리는 디테일이었다. 조금씩 변화하고 일렁이는 감정선을 잡아내고 그려내는 연출의 디테일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랑의 이해> 이후 이렇게 감정선이 살아 숨 쉬는 멜로드라마는 오랜만이었다. 이는 분명 배우들의 좋은 연기도 한 몫했지만, 이것을 잘 캐치하여 유려하게 그려낸 연출의 힘도 커 보였다.
특히 <나의 완벽한 비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장 찍기 힘들다는 서울 종로 한복판을 배경으로 미장센을 그려 나간다. 수많은 인파와 도시의 삶을 그려내는 리얼리티 안에서, 봄기운과 함께 그려내는 이 작품의 미장센이 그토록 인상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종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 키스신은 이 작품이 미장센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단순히 로맨스 드라마로서의 장점만 있는 작품이 아니다.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대한 디테일과 <봄밤>같이 사회 전반을 그리는 리얼리티까지,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도 매력적이다. 물론 두 주인공이 사귀고 난 이후부터 그려지는 후반부의 하이라이트들이 상당히 식상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단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케미와 감정선을 강점으로 가져가던 작품이 회사의 위기로 하이라이트를 그리려다 보니, 그 과정과 결말이 상당히 식상하고 힘이 빠져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후반부의 단점들이 이 작품의 뛰어난 장점들을 가릴 정도로 부각되어 보이진 않는다. 그만큼 작품 전반에 그려진 멜로드라마의 강점이 너무나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멜로의 서사를 탄탄하게 쌓아가는 연출부터 감정선을 그려내는 디테일, 그리고 주변 배경을 이용한 미장센까지. 물론 이러한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두 배우의 완벽한 케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