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킹덤 시즌2 리뷰
2020년 마지막 드라마 리뷰로 <킹덤>을 선택했다. <킹덤>은 <인간수업>과 함께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든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 당시 <킹덤 > 시즌2를 시청하고 난 뒤 들었던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경이롭다
10년 전 <추노>를 기억하는가? 과하면서도 파격적인 연출, 뛰어난 디테일, 완벽한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까지. 대한민국 사극은 <추노> 전과 후로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킹덤>은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그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디테일, 뛰어난 색감과 놀라운 연출, 거기에 그동안 보아오지 못했던 스케일과 CG까지!! 2010년대 최고의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평가받는 <미스터 션샤인>을 가볍게 뛰어넘고도 남는 스케일과 완성도였다.
어설픈 디테일과 밑도 끝도 없는 내용으로 공포적인 상황만을 강조하는 무수히 많은 B급 좀비물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좀비 영화들에서 늘 생략했던 사건의 원인을 정확히 집고 넘어가면서 제대로 된 근본이 있는 좀비물임을 증명한다.
다소 뻔한 클리셰로 일관했던 시즌1은 전개가 느리고, 답답했다. 하지만 시즌2는 마치 전혀 다른 드라마처럼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전개였지만, 그래도 막무가내로 죽어나가는 주조연급 캐릭터들은 마치 <왕좌의 게임> 같은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러한 속도감 있는 전개에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이야기들을 탄탄하게 다져 나간다. 특히 시즌 1에서의 떡밥들을 남겨두지 않고, 대부분 거둬들이면서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으로 전형적인 사극의 이야기인 혈통과 핏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을 탐하거나 깨부수는 방식에서 핏물만을 쫓는 좀비라는 소재를 들이민다. 어떠한 혈통이나 계급조차 무시해 버리는 좀비의 피에 대한 광기는 전형적인 스토리에서 비전형적으로 나아가는 매개체가 된다. 피에 대한 광기로 물들어 버린 좀비 민중들의 역공은 결과적으로 혈통과 계급만을 중시하는 조선의 계급사회에 반어적이면서도 은유적인 표현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는 핏빛 축제로 뒤섞이고 폭발한다. 단순히 오락물에서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려는 김은희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시즌1의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연기였다. 사극톤에 뭔가 어색했던 배두나, 전석호, 김혜준의 연기는 솔직히 계속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시즌2에 접어들면서 확실히 안정적인 연기 톤을 보이는데, 특히 시즌1과는 전혀 다른 포스를 보여주는 김혜준의 연기력이 인상 깊었다. 이를 바탕으로 김혜준은 훗날 <구경이>에서 눈부신 연기력을 선보인다.
주지훈이나 류승룡, 김상호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진선규나 김성규, 김태훈, 박병은 같은 베테랑 조연들의 연기도 드라마에 확실한 무게감을 실어준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배우는 최근 노년 배우의 연기로 놀라운 카리스마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허준호이다. <킹덤>의 전체 배우들 중에서 가장 임팩트는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최고의 연기자들은 바로 좀비들을 연기한 수많은 무명배우들이다. 정말 외국의 그 어떤 좀비 영화나 드라마보다 엽기적이면서도 디테일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동양의 좀비의 무시무시함을 선보인다.
<킹덤>은 시즌2만 놓고 봤을 때,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드라마였다. 물론 빠른 전개 탓에 다소 부족했던 서사와 캐릭터의 입체적인 묘사가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또한 장르적인 재미가 우선이 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순전히 오락물로 보았을 때 이 작품은 모든 부분에서 최고치의 경험을 선사한다. 분명 이러한 결과물은 스태프의 노력과 작가의 필력, 그리고 배우들의 호흡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자본력과 체계적으로 기획되고 제작할 수 있었던 긴 시간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OTT드라마 시대의 막을 연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 큰 사건이자 시작이었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한계치를 또 한 번 올려놓은 <킹덤>!! 이 작품을 보지 않고 대한민국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논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 아직도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경험해 보자. 스케일과 완성도 면에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를!! 물론 <아신전>은 너무나 아쉽지만...
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