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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엄마들의 성장기

드라마 산후조리원 리뷰

by 투스타우

<산후조리원>은 8회라는 짧은 미니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독특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연출, 거기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까지 더해져서 이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줬던 <산후조리원>. 무엇보다 이 작품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 의식은 나름 위험 요소가 있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육아와 일, 그리고 모성애에 대해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파격적인 소재에 기발한 상상까지!!

2020년에 방영한 드라마 중에 가장 독특하고 파격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산후조리원 안에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육아와 모성애로 국한하지 않고, 모유의 양으로 등급을 나누고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위해 치열한 혈전까지 벌이며, 심지어 스릴러적인 요소까지 더해가면서 독특한 무대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에 다양한 패러디까지 더해지면서 상상 이상의 재미와 유쾌함을 준다. 각본의 승리이자, 이를 멋지게 표현해 낸 연출의 승리이다.

20230214102016.png 소재뿐만 아니라 주제의식 그리고 연출까지도~
20230214102102.png 2020년 가장 파격적이고 독창적이었던 <산후조리원>!!



여성이 만든 여성 드라마

여성 감독과 여성 작가가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확실히 남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그려낸다. 무엇보다 아이나 가족 중심이 아닌 오직 엄마, 바로 <나>에 모든 초점을 맞춰서 출산과 육아를 그려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남자의 입장에서 이해 불가의 작품도 아니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산후조리원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나 역시도 공감하고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20230214102308.png 육아나 가족 중심이 아닌, 오직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의 이야기에만 집중한다.



오버 앤 오버!!

풍자와 개그의 크로스!!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현실적인 스토리였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굉장히 과장되고 오버스러운 느낌이었다. 이는 단지 연기하는 톤뿐만 아니라 내용과 연출에서도 상당히 오버스러운 느낌을 주었는데, 그것이 몰입감을 방해하거나 거부감을 들게 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런 개그적인 표현으로 위트 있게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해 낸다.

20230214102048.png 일관되게 보여준 과장과 오버스러움, 풍자와 개그가 절묘하게 믹스되면서~
20230214102927.png 이 시대의 엄마들이 부딪히는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을 드러내고 비판한다.

물론 어떤 시청자들은 이러한 과장됨에 이해 불가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면서 코믹스러운 설정과 오버스러움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럼에도 여러 논란이 되었던 것은 역시 드라마의 주 시청자인 엄마들에게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스토리,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드라마의 다양한 주제 의식 때문이었다.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그저 엄마의 성장기!!

이 드라마는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육아와 비혼에 대해 노골적으로 다루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그저 엄마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일 뿐이다. 이 작품은 아이가 바르게 성장할지 안 할지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드라마는 올바른 육아와 엄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워킹맘의 입장과 더 나아가 여성의 비혼에 대한 필요성까지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엄마의 성장 안에서 '행복한 엄마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란 무엇인가?
아니
'행복한' 엄마란 무엇인가?

20230214103313.png 이 작품은 엄마와 육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듯하면서도~
20230214103334.png 워킹맘으로서 더 나아가 여성 개인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다양한 주제들을 굉장히 균형감 있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메타포를 시청자들과 평론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이 드라마를 보고 비혼 주의를 주장하거나, 모성애를 버린 이기적인 엄마를 비판하거나 하는 것은 순전히 시청자의 개인적인 사고와 생각에 따른 것이다. 이 작품은 출산과 육아 그리고 일이라는 상황에 내 던져버린 여러 케이스의 엄마 혹은 여성의 성장기를 보여주고 있을 뿐, 그 무엇도 강요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요즘 같은 혼란한 시대에 현명한 선택이며 탁월한 접근이었다.



엄지원과 박하선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엄지원은 오랜만에 영화에서 보여줬던 포스를 브라운관에서 제대로 보여준다. 2020년 상반기 웰메이드 드라마인 <방법>에서는 조금 아쉬웠던 연기였지만, 이번 작품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해도 될 만큼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채를 오현진이라는 캐릭터에 전부 쏟아부으면서, 과장되고 때론 이해 불가였던 캐릭터를 이토록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엄지원의 독특한 색채는 2년 후 <작은아씨들>에서 또 한 번 빛을 발하게 된다.

20230214104058.png 엄지원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색채를 오현진이라는 캐릭터에 전부 다 쏟아부은 듯한 느낌이다!!

<하이킥> 이후 오랜만에 병맛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하선의 연기도 좋았다. 본인의 외모를 십분 활용하면서도 상반되는 이미지를 연기하는 테크닉은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30214104114.png 본인의 외모와 상반된 이미지를 연기하는 박하선의 병맛 연기는 여전히 환상적이었다!!!




20201125135719.png

<산후조리원>은 독특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연출,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까지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안에서 과장된 연기와 패러디로 유희와 풍자까지 보여줬다. 물론 그 안에서 드러내는 다양한 주제들이 어떤 이에게는 불편과 실망을, 어떤 이들에겐 통쾌함을 불러일으켰겠지만, 그러한 논쟁거리를 던진 것만으로도 <산후조리원>은 나름 성공한 작품이 아닐까?


짧고 굵었던 이 논란의 작품은 많은 메시지들을 던지며 다시 한번 엄마와 여성이란 자리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 작품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아이보다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던 오현진 역시도 엄마의 희생 안에서 키워졌다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한 작품이었다.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는 삼자 아닌 삼자의 입장에서 말이다.






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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