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스타우 Mar 06. 2023

영리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드라마 <일타 스캔들>리뷰

<일타 스캔들>은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일타강사의 이야기와 반찬가게 사장님의 독특한 믹스가 신선했던 작품이었다. 단순히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입시 경쟁과 사교육의 문제점들을 들춰내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드러낸다. 물론 스릴러 요소를 과감하게 넣은 후반부는 살짝 선 넘어 보이긴 했다.




로맨틱 코미디에 접근하는 

소재의 참신함과 기막힌 현실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일타 강사라는 직업과 현재 대치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 경쟁의 현실. <일타 스캔들>은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로맨틱 코미디에 참신하게 접근한다. 반찬 가게 사장님과의 어쩔 수 없는 공생 관계에서 로맨틱으로 번져가는 과정도, 이러한 로맨틱이 스캔들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기막히게 믹스하면서 오랜만에 박수 치면서 볼 수 있는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해 나간다. 

반찬 가게 사장님과의 일타 강사의 어쩔 수 없는 공생 관계에서 로맨틱으로 번져가는 과정도~
이러한 로맨틱이 스캔들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기막히게 믹스한다!!


사교육 문제들을 들춰내는 메시지와

공교육의 중요성을 배척하는 아이러니

일타 강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입시 경쟁의 현주소를 디테일하게 다루면서, 사교육 문제들을 하나둘씩 들춰낸다. 무엇보다 그릇된 어른들의 욕망으로 망가지는 아이들을 주의 깊게 그리면서, 올바른 사교육과 바른 학부모의 자세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어른들의 욕망으로 망가지는 아이들을 그리면서, 올바른 사교육과 바른 학부모의 자세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인 남행선 마저도 이러한 사교육 전쟁에 뛰어들고, 최치열에게 과외받으면서 딸이 전교 1등이 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는 반어적으로 사교육과 일타 강사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듯한 메시지와 함께 공교육의 중요성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리얼리티 한 이 드라마의 방향이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적어도 바른길로 인도하는 학부모와 어른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선한 메시지를 놓지 않는다.   

반어적으로 사교육과 일타 강사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전도연

<밀양>때 부터였을까? 칸의 여왕이 된 전도연의 필모그래피는 한없이 어둡고 진지했다. 결국 최근작 <인간실격>에서 나락의 끝을 보여줬던 <밀양>의 그 숭고한 연기를 다시 끄집어내면서, 근래에 본적도 없는 어둡고도 불안했던 부정이란 캐릭터를 연기해 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에 전도연이라는 러블리한 배우가 있었다는 것을. 

최근작 <인간실격>에서 근래에 본적도 없는 어둡고도 불안했던 캐릭터를 연기했던 전도연.

<프라하의 연인>과 <별을 쏘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과 <인어 공주>에서 보여줬던 한없이 순수하고 발랄했던 그녀의 옛 모습을 <일타 스캔들>에서 다시 끄집어낸다. 특유의 '코찡긋' 표정과 나이를 잊은 러블리하고 귀여운 연기는 보는 내내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것이 연기인지 실제 인지 구분이 안 가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미소와 눈웃음, 그리고 대사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왜 전도연이란 배우가 대배우인지를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전도연은 역시나 진짜 배우였다.

한없이 순수하고 발랄했던 그녀의 옛 모습을 오랜만에 다시 끄집어낸다!


잔망스러움의 대가 정경호

일타 강사의 무게와 치열하고 폐쇄적인 삶을 사는 최치열를 완벽하게 연기해 낸 정경호도 이 작품의 성공에 일등 공신이다. 특히 잔망스러운 정경호 특유의 매력을 십분 살려낸 최치열이라는 캐릭터와 이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정경호의 센스 넘치는 연기는 이 작품에 확실한 재미를 더한다. 10살 연상의 전도연과의 호흡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도 상당히 칭찬해야 할 부분이다. 

잔망스러운 정경호 특유의 매력을 십분 살려낸 최치열이라는 캐릭터와 이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정경호!!




남행선과 최치열의 로맨틱한 이야기와 입시 경쟁의 모습들로 극을 이끌어 가던 <일타 스캔들>은 후반부에서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스릴러 장르로 이야기를 변주시킨다. 물론 남행선과 최치열의 스캔들이 해결되고, 특별한 뾰족수가 없었던 이 작품의 후반부에 초반부터 꾸준히 언급되었던 연쇄 살인을 극의 하이라이트로 형성한 것은 나름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 보이는 변주였다.


같은 듯 다른 <동백꽃 필 무렵>

이번 작품과 많이들 비교하고 있는 2019년 걸작 <동백꽃 필 무렵>. 이 작품 역시 극 후반부로 갈수록 연쇄 살인범인 까불이 중심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동백이와 용식이의 불꽃 로맨스는 어색해지고 스릴러 드라마로서의 강점만 부각되는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결국 '옹벤져스'라는 지역 공동체의 활약과 각자의 사연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작가의 역량으로 인해 이러한 단점을 극막판 무난히 보완해 낸다. 

<동백꽃 필 무렵> 역시 후반부 살인범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만, '지역공동체'의 활약으로 이야기가 잘 마무리된다.

<일타 스캔들>은 어떨까? 우선 입시 전쟁터라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이라는 소재가 <동백꽃 필 무렵>과 다르게 상당히 생뚱맞게 느껴진다. 굳이 살인이라는 소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입시 경쟁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을 텐데, 사교육 이야기에 연쇄 살인이란 스릴러 요소를 꼭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백꽃 필 무렵>은 지역 공동체의 활약으로 범인을 잡으면서 이야기를 하나로 잘 승화시켰지만, <일타 스캔들>은 최치열의 상처에 대한 치유도 아닌 그저 지동희 실장의 애증의 관계만이 중심이 되는 전개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동희 실장의 독특한 캐릭터와 이를 연기한 신재하의 매력만 남을 뿐이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이라는 소재가 상당히 생뚱맞게 느껴진다.


욕심이 앞선 복합장르

잃어버린 작품의 개성

<동백꽃 필 무렵>은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경찰이었고, 그래서 스릴러 요소를 넣은 복합장르의 변주가 그렇게 어색한 작품은 아니었다. 이에 비해 <일타 스캔들>은 후반부 어색한 스릴러 장르로 인해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라는 극의 강점은 줄어들고, 입시 경쟁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마저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학원가의 연쇄 살인이라는 이야기로 인해 극의 리얼리티를 잃어 가면서, 결과적으로 판타지 드라마 같은 느낌마저 받게 한다. 또한 이 작품의 후반부에 그려진 친부모 에피소드는 극의 엔딩을 장식하기에는 너무나 불필요한 이야기처럼 보였다. 마지막 에필로그의 로맨틱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좋았기에 더 아쉽게 느껴지는 후반부 에피소드들이였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학원가의 연쇄 살인이라는 이야기로 인해 극의 리얼리티는 잃어 가고....
후반부에 그려진 친부모 에피소드는 불필요한 이야기처럼 보였다.




일타 스캔들 (2023. tvN)

<일타 스캔들>은 일타 강사와 학부모라는 신선한 캐릭터를 가지고 재미있게 엮은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다. 무엇보다 입시 경쟁을 고스란히 대변해 주는 두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주소를 드러내면서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도 보여준다. 유쾌한 재미와 가슴 뛰는 로맨스, 그리고 좋은 학부모와 바른 학생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랜만에 드라마의 순기능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물론 후반부 강점을 잃어버린 에피소드들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대에 열광하고 입시 지옥에 찌들어 있는 각박한 현실에 조금이라도 탈출구가 될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공부는 역시 사교육이며, 대학 입시는 부모 하기 나름이라는 반어적인 메시지도 더해졌지만 말이다.






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현대인의 사랑, 그 본질에 대한 고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