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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치지 않는 자들의 말로

드라마 인간 수업 리뷰

by 투스타우


2020년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한국 영화 시장이 침체되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 시장이 활성화된다. OTT 채널의 등장과 케이블 채널들의 경쟁은 한국 드라마의 완성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소재들의 드라마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작을 알렸던 작품이 바로 <인간 수업>이었다. <인간 수업>은 파국으로 향해가는 드라마의 정서를 끝까지 밀어붙인 그 당시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드라마였다. 표현의 자유에 한계성을 열어 재친 넷플릭스는 2020년 <킹덤>에 이어 <인간 수업>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드라마 수준을 새로운 경지까지 끌어올린다.




불편한 진실까지 드러내는 리얼리티

넷플릭스라는 OTT 채널에서 선보이는 <인간 수업>은 제약이 없어 보인다. 공중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10대들의 언어와 행동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청소년들의 생활과 문제들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담배 피우는 모습이나 험한 욕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어떠한 제약 없이 날것으로 보여준다. 표현의 한계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매매라는 결코 들어내기 힘든 치부까지 과감히 꺼내놓는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은 공중파뿐만 아니라 OCN 같은 특화된 채널에서도 섣불리 다루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는 넷플릭스만이 할 수 있는 최적화된 드라마란 느낌이 들었다.

10대들의 생활 모습들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리얼하게 담아낸 <인간 수업>.



뉘우치지 않는 학생들

악역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드라마는 많다. 하지만 학원물에서 악역을 주연으로 한 드라마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그 학생들은 겉으로는 누가 봐도 모범적인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의 이중적이고 위태로운 모습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고단한 수업처럼 비친다. 하지만 아이들은 드라마에서 언급하는 <자화상> 시의 문구처럼 자신들의 악행을 전혀 뉘우치지 못한다. 다른 청소년 범죄 드라마처럼 개과천선의 뜨거운 후회도 없다. 그저 마지막까지 파국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려 나간다. 같은 해의 화제작이었던 <부부의 세계>도 보여주지 못했던 절망의 기운을 끝까지 안고 나간다.

학생들은 그 어떤 것도 뉘우치지 않고, 파국을 향해 끝까지 달려 나간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

<인간 수업>은 자폐적인 성향이 강한 비정상적인 아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시종일관 우울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우울한 기조의 분위기를 상쇄시킬 정도로 놀라운 몰입도를 선사한다. 꼬여만 가는 인간관계와 그 안에서 확대되어 가는 범죄의 사슬들을 촘촘히 보여주면서, 사회 문제나 주제 의식까지 연결하는 놀라운 구성을 보여준다. 신인작가였던 진한새 작가의 역량이 끊임없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다.

놀라운 몰입도를 선사하는 <인간 수업>의 스토리.



제약이 없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의 힘!!

극본뿐만 아니라 김진민PD의 연출 역시 돋보인다. 김진민PD 하면 <개와 늑대의 시간>과 <결혼계약>이 먼저 떠오르는데, 특히 <결혼계약>은 연출의 힘이 상당했던 드라마였다. 그러한 연출력을 가진 김진민PD가 넷플릭스라는 제약이 없는 플랫폼을 만나자 날개 달은 호랑이처럼 눈부신 연출력을 선보인다. 10대들의 감성을 대변하듯이 핸드폰을 활용한 재미있는 연출부터 현실과 환상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까지, 무엇보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과감하면서도 파격적인 화면구성은 정말로 신선했다. 그러면서도 청소년들의 성매매 등 모방 범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교묘하게 묘사의 수위를 낮추는 센스를 보여준다. 김진민PD는 <인간 수업> 이후 <마이 네임>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낸다.

세련되고 과감한 화면 구성이 정말 인상 깊었던 <인간 수업>.



젊은 배우들의 명연기

이중적인 감정 연기를 멋지게 소화해 낸 지수 역의 김동희가 우선적으로 눈에 띈다. 어리숙한 모범생의 이미지부터 생존 본능에 휩싸여 두려움에 떠는 이면의 범죄자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뿐만 아니라 기존 본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부숴버린 정다빈이나 표정부터 제스처까지 리얼한 일진 연기를 선보였던 남윤수, 실제 깡패를 데려온 것만 같은 임기홍까지 모든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괴물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박주현은 그러한 찬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음을 이 작품 하나로 증명해 낸다. 10대를 연기한 젊은 배우들이 다들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그 안에서 유독 다른 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땀범벅인 마스크로 괴물 그 자체였던 배규리를 놀랍도록 치열하고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실제 본인들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리얼리티를 완벽하게 살린 멋진 젊은 배우들!!!



송지나의 페르소나,

최민수의 부활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로 90년대 최고의 작가였던 송지나. 그리고 그녀의 페르소나 같았던, <모래시계>에서 불꽃같은 삶을 연기한 최민수. 송지나 작가의 아들인 진한새 작가는 이 식어가는 남자를 다시 한번 부활시킨다. 개성 있는 악역 연기는 그동안 꾸준히 보여줬으나, 오랜만에 보여준 그의 액션 연기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90년대 최민수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킨다. 최민수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제스처에서 선보이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액션의 모션 하나하나까지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다시 한번 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주는 최민수!!! 마치 <모래시계>의 불꽃같던 그의 모습을 다시 보는듯하다.




무관심한 어른, 무관심한 사회

이 작품은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보다는 어른의 문제, 더 나아가 사회의 문제로 확대시키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사회문제 연구반'이라는 동아리 활동이 이러한 아이러니를 대변한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들과 이들의 행동을 방관하거나 이용하는 어른들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어른들에게 조금의 가책과 책임감을 느끼게 만든다.

어른들에게 아이들에 대한 바른 인도와 책임감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는다.



누구도 구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비관적 이게도 결국 어떠한 누구도 이들을 구원할 수 없음을 내비친다. 그것이 마치 권선징악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잔인한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이러한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자극적인 상업 드라마로 표현하면서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도, 아이들에 대한 미래도 어쩔 수 없음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양심의 가책을 느끼듯이 매회 마지막에 '청소년 상담 안내 문구'로 위안을 삼으려 하는 제작진의 모습은 마치 이 드라마의 무관심한 어른들을 보는 것 같다.

이러한 문구로 위안 삼아 책임감에서 회피하려는 어른들의 비겁함이 느껴진다.




인간 수업 (2020. 넷플릭스)

앞서 말했듯이 <인간 수업>은 넷플릭스라는 제약 없는 플랫폼만이 탄생시킬 수 있는 역작이었다. 이는 <응답하라 1998>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비지상파 채널의 고퀄리티 드라마의 등장과 비교되는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 또 하나의 혁신적인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넷플릭스와 OTT 드라마들은 한국 드라마의 퀄리티 향상과 소재의 다양성에 크게 이바지한다. 20년대의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 같은 작품이 바로 <인간 수업>이었다.






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저의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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