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 지침서

집중력을 지배하고 원하는 인생을 사는 비결

by 꽁스땅스

제목에서부터 자기 계발서의 느낌이 팍팍 난다. 니르 이얄, 줄리 리의 <초집중>이란 책이다. 집중력을 지배하고 원하는 인생을 사는 비결이라니! 어떤 깨달음을 던져줄지 호기심이 생겼다. 단것을 사랑하고 SNS를 사랑하고 텔레비전을 사랑한다는 저자. 하지만 주는 만큼 받지는 못한단다. 진지모드로 들어가려는데 시작부터 웃음 짓게 한다. 식후 간식 흡입, SNS 무한 스크롤, 넷플릭스 야간 정주행. 모두 한때 저자가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던 일이다. 넷플릭스 정주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뜨끔했다.



불량식품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탈이 나듯이 디지털 기기를 과용해도 탈이 난다. 저자의 경우 딴짓을 하느라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딸이 뒷전이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아이와 놀다가도 메일에 답장한다는 핑계로 아이가 하는 이야기는 못 듣는다. 폰에 정신이 팔려 딸과 값진 시간을 보낼 기회를 번번이 놓친다. 이 책을 읽은 독자 중 한 명이 여덟 살 딸에게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은지 물어봤단다. 아이가 동물과 말하는 능력이라고 대답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 그러면 엄마랑 아빠가 일한다고 컴퓨터 할 때도 얘기할 친구가 생기잖아"라고 말했단다. 나 역시도 사회생활을 할 때 주말에도 일을 싸들고 집에서 하고 식사를 할 때도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이메일 확인을 하고 답장을 보낸 적이 있다. 본사와 시간 차이가 있기도 했지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딸에게 가서 사과한 저자는 변해야 할 때라 생각했다,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기술이 문제라는 생각에 이메일,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쓰고 싶어도 못 쓰도록 폰을 구형 플립폰으로 바꿨단다. GPS와 달력 앱에 저장된 주소 없이 다니자니 불편하고 걸으면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을 포함한 스마트폰의 모든 편리한 기능이 그리워졌다.



온라인에서 온갖 기사를 읽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종이신문을 신청했지만 몇 주가 지나자 펼쳐보지도 않은 신문이 차곡차곡 쌓이고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자신을 발견했단다. 집중해서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이 안 되는 위드프로세서 전용 단말기도 구입했다. 하지만 글을 쓰려고 앉으면 저절로 책장에 눈이 가고 조금 뒤에는 아무 상관없는 책을 뒤적였단다. 문제의 원흉이라 생각했던 온라인 기술이 없는데도 종류만 바뀌었을 뿐 저자는 딴짓을 했다는 거다.


원하는 삶을 살려면 '바른'행동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나를 탈선시키는 '나쁜'행동을 끊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어떻게 해야 딴짓을 멈출 수 있는지 모를 뿐이다. <초집중> p22


딴짓! 현대를 살아가면서 일상에서의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나 싶다.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정보의 홍수에서 살아남을지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는 5년간 자료를 조사하고 이 책을 쓰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법들을 실제로 사용한 덕분에 어느 때보다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살고 있으며 인간관계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능력, 초집중력을 기르면서 얻은 저자의 교훈이 사례를 중심으로 실천 가능한 초집중 4단계를 제시한다.



초집중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항상 뭔가를 손에 넣으려 한다. 돈이 될 수도 있고 경험이나 지식, 지위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됐든 우리는 끊임없이 "더! 더! 더!"를 외친다. 더군다나 (내가 생각하기에) 사회적으로도 더 많이 가져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고대 그리스인은 영원히 욕망에 시달리는 탄탈로스의 이야기를 남겼다. 탄탈로스는 아버지 제우스에게 벌을 받아 지옥으로 추방된다. 그는 머리 위로 잘 익은 열매가 드리운 웅덩이에 갇힌다. 탄탈로스가 열매를 따려고 손을 뻗으면 나뭇가지가 멀어진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려고 허리를 숙이면 물이 저 멀리 물러나 버린다. 욕망하는 것을 절대 갖지 못하는 형벌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우매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로 보고 사그라들줄 모르는 욕망의 위력을 탄탈로스의 이야기로 그렸단다.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각종 행동의 가치를 나타내는 선이 있다고 가정한다. 오른쪽을 갈수록 긍정적인 행동, 왼쪽으로 갈수록 부정적인 행동이다. 이 선의 오른쪽은 '본 짓 traction'을 의미한다. 라틴어에서 '끌거나 당기다'를 뜻하는 '트라 헤레 trahere'에서 유래한 말이다. 본 짓은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것에 다가가게 하는 행동이다. 선의 왼쪽은 그 반대인 '딴짓 distraction'이다. 동일한 라틴어에서 나온 이 말은 '마음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뜻이다. 딴짓은 우리가 꿈꾸는 삶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다. 딴짓은 익숙한데 본짓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원래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니 새로운 걸 알게 된다.



본짓이든 딴짓이든 모든 행동은 내. 외부 계기에 위해 발생한단다. 내부 계기는 내면에서 오는 신호다. 배가 꼬르륵거리면 간식을 찾는다. 추우면 외투를 입는다. 외부 계기는 주변에서 오늘 신호다. 예를 들면 이메일이나 뉴스를 확인하게 만드는 '띵'소리, 전화를 받게 하는 벨 소리다. 옆에 와서 말을 거는 동료처럼 사람이 될 수도 있단다. 존재만으로도 스위치를 누르게 만드는 텔레비전 같은 사물 역시 외부 계기가 된단다.



내. 외부 계기에 의해 발생한 행동은 우리의 더 큰 의도와 일치할 수도 있고(본짓) 불일치할 수도 있다(딴짓). 본 짓은 목표를 달성하게 하고 딴짓은 목표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세상에 딴짓을 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요즘 사람들이 종일 휴대폰을 붙들고 살지만 휴대폰이 처음은 아니라고 말한다. 텔레비전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바보상자라는 비나을 받았고, 그전에 전화, 만화책, 라디오가 그랬다는 거다. 딴짓 유발원은 어느 시대에난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거다. 다만 요즘은 수많은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각종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보니 딴짓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지금이 딴짓하기 좋은 시절이라는 것이다.

정보의 풍요는 다른 것의 빈곤을 의미한다.... 즉, 주의력 결핍이다. <초집중> p30


탄탈로스에게 내린 진짜 저주는 가질 수 없는 걸 가지려고 영원히 애태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영원히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탄탈로스는 애초에 그런 게 필요 없다는 걸 몰랐다는 게 이 이야기의 진정한 교훈이다.



우리도 탄탈로스와 같이 필요 없는 것에 필요한 줄 알고 자꾸만 그쪽으로 손을 뻗는다. 굳이 지금 당장 이메일이나 뉴스를 확인할 필요는 없는데 그냥 기분이 그러고 싶을 뿐이다. 기업이 날로 진화하는 우리의 필요에 맞춰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를 원하지만 과연 그 결과물이 우리에게서 최선의 모습을 끌어내는지는 잘 따져봐야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딴짓을 유발하는 요인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고 그 요인을 잘 관리하는 건 우리 몫이라고 말한다.


초집중은 하기로 한 일을 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다. <초집중> p31


초집중자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솔직하다고 한다. 일, 가족, 심신의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초집중자가 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한다. 네 부분으로 구성된 초집중 모델은 우리가 주의력을 발휘해 원하는 삶에 이르는 글을 보여주고, 세상을 새롭게 보고 새롭게 살게 해주는 길잡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딴짓을 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딴짓은 단순한 스마트폰 같은 어떤 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근본 원인(내. 외부 계기)과 근접 원인(스마트폰)을 구별해야 한다는 거다. 어떤 행동이 불편을 해소하는 게 도움이 됐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그 행동을 불편에서 도피하는 용도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무엇이 행동을 유발하는지(근본 원인을) 알면 관리할 방법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도 딴짓의 동기가 내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그렇듯 딴짓도 우리 뇌가 고통에 대응하는 방법일 뿐이다는 거다. 그렇기에 딴짓을 다스리는 길은 불편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진화는 만족이 아닌 불만의 편이었다고 한다. 불만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였다는 거다. 결국 딴짓을 정복하려면 불편에 대응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편은 딴짓의 핵심 연료다 < 초집중> p61


본짓을 하려면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정을 짜야한다.

폴라리스로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해봤다. 한 권을 다 채워갈 무렵 씽큐온 완주 후 두근두근 책을 선물로 받았다. 폴라리스에 이어 두근두근으로 다음날의 해야 할 일들을 적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시간대 별 어떻게 보냈는지 작성해본다. 그리고 그날 나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도 추가한다. 처음보다는 작성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지만 가끔은 빼먹는 날도 있다. 시간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데일리 리포트.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미리 일주일의 계획을 시간대별로 적어보라고 한다. 우선순위가 아니라 실제 내가 할 일정을 미리 계획을 세우라는 거다. 데일리 리포트보다 조금은 진화된 개념인가?


독일 작가이자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딱 하나만 보면 된다고 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다" <초집증> p76


저자는 우리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종 잠금장치와 보안시스템을 쓰면서 시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한다. 세계 판촉물 협회 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매일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 전체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무계획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아무나 훔쳐가도 된다는 듯 방치한단다. 내가 내 하루를 계획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대신할 것이란다.



그래서 저자는 할 일 목록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한 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해야 하는지에서 출발하라고 한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의 가치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가치관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주변 세상과 어떻게 교류하고 싶은지 가 반영된 덕목의 총합니다. 가치관은 우리가 되고 싶은 존재의 특성이다. <초집중> p77


어떤 가치관이든 그걸 몇 가지 인생 영역에 맞춰 분류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생 영역은 수천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개념으로 스토아학파 철학자 히에로클레스는 우리 삶이 상호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의무의 서열을 나타낸 동심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3대 영역 -나, 관계, 일-을 정리하면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계획하는지,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짓(인생에서 원하는 것에 다가서게 하는 행동)에 쓸 시간을 미리 떼놓아야만 딴짓에 등을 돌릴 수 있다.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본짓과 딴짓을 구별할 수 없단다. 저자는 본짓을 위한 시간을 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를 수많은 시간대로 세분화한 '타임박스형 ' 일정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심리학계에서 검증된 ' 실행 의도 설정하기'라는 기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 내가 무엇을 언제 할지 미리 정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매주 15분간 시간을 정해 두 가지 질문으로 일정표를 검토하고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질문 1(검토): 이번 주 일정표에서 내가 하겠다고 한 일을 한 때는 언제고 딴짓을 한때는 언제인가?

질문 2(개선):가치관을 더 잘 실천하기 위해 일정표에 변화를 줄 부분이 있는가?



삶에 변화가 생기면 일정표에도 변화를 줘야 할 수 있지만 일단 일정표가 정해졌으면 검토나 개선 과정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기 전까지 그대로 따르라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더 좋은 일정표를 만들어 본 짓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딴짓을 위한 시간을 줄여가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시간에서 나오는 결과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어떤 일에 얼마나 시간을 쓰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초집중> p88

이 책을 읽고 노트에 미리 이번 주 계획을 타임박스형 일정표에 적어봤다. 오늘 3일 차. 생각보다 계획 따로 실천 따로인 경우가 많다. 우선순위를 적고 피드백을 적었던 데일리 리포트보다 미리 계획을 세우니 고민의 여지없이 일정대로 실천만 하면 되어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두 개를 병행해보려 한다. 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방법이 찾아질 거라 믿는다. 특별히 저자가 알려준 대로 SNS를 이용하는 시간을 타임박스형 일정표에 정하니 조금은 분별력 있게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외부 계기에 대한 대처법, 사전조치방법, 직장에서 초집중하기, 아이를 초집중자로 키우기, 초집중 관계 형성 등 실생활에 유용한 다양한 팁을 제시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본짓에 집중력을 발휘하는 비법을 저자의 지혜와 유머로 풀어간 책이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일에 더 깊이 몰입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강추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보지 않으면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