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떻게 해 낸 거지?
책 <예술하는 습관>의 저자 메이슨 커리는 작가로서 갖가지 장벽에 부딪혔기에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며 창작하는지가 궁금했다. 매일 같이 작업을 했는지. 주말에는 쉬었는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돌봐주었는지. 자기 확신과 자기 관리의 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이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를 책에 담았다고 한다.
저자는 2013년 소설가와 시인, 작곡가, 철학자 등의 뛰어난 사람들의 일상을 간략하게 요약한 책 <리추얼>의 내용을 언급했다. 베토벤이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커피콩 60개를 정확하게 헤아려 넣었고 게오르게 발란친이 다리미질을 하면서 최고의 작품을 완성했으며 마야 안젤루가 작고 지저분한 호텔방에서 사전 하나와 성경, 카드 한 벌, 셰리주 한 병을 갖다 놓고 글을 썼다는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고 한다. <리추얼>에서 소개했던 161명 가운데서 여성이 단 27명뿐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상상력 부족으로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좀 더 열심히 찾아보지 않은 게 후회가 되어 그 불균형을 잡아보고자 <예술하는 습관>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여성의 창의적인 작업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사회에서 성장했고 전통적인 아내와 엄마, 주부의 역할보다 자기표현 욕구를 우선시하려다가 부모나 배우자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여성들이 마주했던 일상적인 장애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포착하고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충실하게 설명하고 싶었단다. 창의적 작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려면 끝없는 희생이 필요하지만 예술 작업은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며 창작하는 이의새로운 희열과 환희로 이끌기도 하므로 책에서 그 이중성을 공평하게 다루고자 했다
책에서 쓰는 사람들의 집필 습관과 루틴을 지키는 예술가의 엄격한 하루라는 챕터를 읽었는데 그중에서 존 디디온 Joan Didion(1934~)이라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의 이야기가 나에게 필요한 충고를 해주는 듯했다. 2005년 디디온은 한 인터뷰 기사에 거 "종이에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그냥 앉아서 개연성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오후 5시쯤에 뭔가가 떠오른다. 두 시간 동안 글을 쓰면 서너 문장이나 어쩌면 한 단락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글쓰기 작업이 느린 이유는 분명하게 생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쓰기는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뭐든지 끝까지 파헤치라고 강요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들 잘 알겠지만 난데없이 아주 쉽게 찾아오는 것은 없다. 그러하니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내게 있어서 그렇게 끝까지 파헤치는 유일한 방법은 글쓰기다. <예술하는 습관> p47
전문작가인 디디온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두 시간 동안 한 문장을 쓰더라도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끝까지 파헤쳤다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가도 그런 노력을 하는데 책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내 생각을 파헤치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노트에 적어가며 읽는데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건가
독서모임에 올린 댓글의 여파인지 글쓰기가 조심스럽다. 어제오늘 생각이 많아진다.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그동안 써 온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도 하고. 한 달 동료분의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에 대한 글이 생각나 다시 한번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다. 괜히 이 책 저 책 뒤적이기만 했다.
어제 카페 봉사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댓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분은 오히려 나에게 성장통을 겪나 보다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따끔한 조언이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적으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좋아요를 누르고 긍정댓글도 힘이 나게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댓글이 나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 필요함을 안다.
너무 급하게 읽고 해치우려 했던 건 아닌지, 하루의 숙제를 마치듯 성의 없이 쓴 건 아닌지, 이번 달 너무 무거운 책들만 골라 마음이 조급했나 반성하기도 했다. 밤새 잠을 설치고 어제 새벽에 일어나 다시 한번 책을 넘기고 읽으면서 고민했던 부분에 대한 다른 주제에 대한 글을 썼다. 최대한 힘을 빼고 내 생각을 넣으면서. 쓰고 나서 다시 읽으며 드는 생각 '이건 독후감 같은데?' 카페 봉사 후 집에 와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미흡하나마 글을 올렸다.
책에서 작곡가이자 뉴욕대학교의 음악교수 줄리아 울프 Julia Wolfe(1958~)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곡가 마이클 고든, 데이비드 랭과 현대 클래식 음악 그룹 [뱅온어캔]을 만들어 전 세계에 투어를 다니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울프의 작품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뱅온어캔 멤버들과 함께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피드백이라고 했다. 세 사람은 습관적으로 서로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나누고 때로는 전화기를 컴퓨터 스피커에 연결해서 뭔가를 연주해 들려주고 즉석에서 의견을 구한다는 것이다. 이 세 명의 작곡가들은 각자의 의견을 서슴없이 말하고 서로를 조금도 쉽게 봐주지 않는다. 울프는 그래서 이 관계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상당히 정기적으로 아주 거친 대화가 오가죠. 사실 전 그걸 소중히 여겨요. 그런 대화가 내면의 불꽃을 지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하는 습관> p88
오늘 아침 나의 답글에 대해 어떻게든 더 생각을 표현하는 게 서로에게 윈윈이지 않겠냐는 댓글을 확인했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긴장하게 되었다. 울프의 말이 또한 위안이 되었다. 어제오늘 복잡했던 마음이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면서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아직은 독후감과 서평의 중간 어디쯤인 것 같다. 다행히 한 달 서평 팀의 따뜻한 동료들이 있어 편안하게 매일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 걱정이나 두려움을 거두고 그냥 매일 읽고 쓰는 것. 그것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