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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하라

안티프래질 1

by 꽁스땅스

코로나로 바뀐 일상이 언제쯤이면 원상 복귀가 될지 궁금하던 차에 <김미경의 리부트>를 읽었다. 책에서 미래학자가 포스트 코로나를 한 단어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리부트! 우리는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 중의 블랙스완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 재시동을 앞둔 '일시 정지'단계다. 재시동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과연 무엇이 변했고 어떤 것이 그래도 남아 있는가'라고 계속 질문할 것이다. <김미경의 리부트> p147


많은 석학들은 코로나 이후를 모든 것이 멈추고 달라지는 '대전환'이라고 정의하고 작은 변화로는 대전환의 시대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와 뜨거운 애착으로 각자의 해법을 찾아야 함을 김미경 강사님의 경험을 통해 알려주신다. 이런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문득 책장에 있는 <블랙스완>의 저자이기도 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안티프래질>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을 사랑하는 법'이란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서문에서부터 저자는 가변성 전문가로 불확실성, 무작위성, 확률, 무질서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또는 우리가 보지 못한 요소와 특징을 지닌 세상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즉 불투명을 지닌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초점을 두어 집필했음을 밝힌다.


세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긴 호흡이 요구되는 책이지만 나를 위한 공부라 생각하고 조금씩 나누어 읽고 정리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총 7권 중에 1권 안티프래질 개론 부분에서 안티프래질의 의미와 프래질, 강건함, 안티프래질의 관계 그리고 안티프래질의 사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무작위성, 불확실성, 카오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당신이 이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활용하기를 원한다. 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하라 <안티프래질> p13


안티프래질


사촌에게 샴페인 잔 세트를 선물로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있다면 운송 도중에 샴페인 잔이 파손될 수도 있기 때문에 Fragile 부서지기 쉬움, 깨지기 쉬움, 취급주의라고 우편물 박스에 붉은 글씨로 적어둔다.


부서지기 쉬움의 반대말은 정확히 무엇일까? 강건함, 회복력이 있음, 단단함, 튼튼함, 강함, 내성이 있음 등으로 예상될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해서 부서지기 쉬움이라고 적혀있는 우편물의 반대말은 '부주의하게 취급하세요'라고 적혀있는 우편물이다. 그 내용물은 깨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질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부서지기 쉬운 것은 최선의 경우에 손상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강건한 것은 최선의 경우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도 손상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서지기 쉬운 것의 반대말은 최악의 경우에도 손상되지 않으면서 단단해지는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우편물에 대해 안티프래질 antifragile이라고 부른다.


프래질, 강건함, 안티프래질의 관계

대상을 해롭게 하는 사건의 발생을 예측하는 것보다 그것이 프래질한지 아닌지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프래질은 측정할 수 있지만 리스크는 측정할 수 없다. 가변성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의 민감도를 다루는 것은 이런 피해를 일으키는 사건을 예측하는 것보다 더 쉽다.


미래의 확률을 예측하고 계산하기보다는 프래질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은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정도에 해당한다. 현실세계가 해법이라 불리는 스펙트럼의 지도 트라이애드는 각 대상을 세 가지 단계로 분류한다.


프래질 강건함 안티프래질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은 상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트라이애드의 오른쪽 아이템은 왼쪽 아이템에 비해 더 안티프래질 하다. 왼쪽의 프래질한 범주의 오류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일단 발생하면 너무 커서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을 설명한다. 오른쪽에서 오류는 규모가 작고 유익하게 작용하며 심지어 돌이킬 수 있고 금방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안티프래질 해지려면 실수를 싫어하는 상황의 오른편에 있는 즉 실수를 좋아하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일반적으로 안티프래질은 바람직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안티프래질 해지려면 엄청난 희생이 따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강건함이 항상 바람직하다고 볼 수 도 없다. 안티프래질은 주어진 상황에서 상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리스 신화에 시칠리아의 참주 디오니시우스 2세가 아첨을 일삼는 다모클레스를 화려한 잔치에 초대하고는 천장에 말총 한 올로 매달아 놓은 칼 밑에 앉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말총 한올은 약간의 충격에도 쉽게 끊어진다. 이런 다모클레스의 처지를 프래질로 표현할 수 있다. 칼날이 그의 목에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모클레스의 칼 - 프래질)


그리스인들이 재생시킨 고대 유대인과 이집트인들의 전설에는 화려한 색을 지닌 불사조가 등장한다. 파괴되는 순간마다 자신의 유해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새다. 불사조는 항상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불사조는 저자가 자란 레바논 베이루트의 상징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50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베리투스(베이루트의 옛 명칭)는 그동안 일곱 번 파괴되었고 일곱 번 재건되었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어렸을 때 베이루트 중심부가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여덟 번째 완전히 파괴되고 재건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불사조-강건함)


그리스 신화에는 레르나 Lerna 호수에 사는 뱀처럼 생긴 생명체 히드라가 등장한다. 히드라는 머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머리 하나를 자를 때마다 두 개가 다시 생긴다. 따라서 히드라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기를 원한다. 결국 히드라는 안티프래질을 상징하는 셈이다.(히드라-안티프래질)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지고 정교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 붕괴에 더욱 취약해진다.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성공이 주는 피해를 예방하려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높은 수준의 강건함, 나아가 높은 수준의 안티프래질을 갖추면 된다. 우리는 불사조, 더 나아가 히드라가 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모클레스의 칼 끝이 우리를 향해 다가올 것이다.



책을 읽기 전, 후 내가 이해한 안티프래질 사례

옥스퍼드 사전에는 프래질 fragile의 반대 의미를 지닌 단일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신조어가 필요해서 저자가 만든 단어임을 알게 되었다. 이 단어는 신박사님을 통해서 처음 들었는데 개념이 모호해서 네이버에 찾아봤다. 막연히 뭔가 안 좋은 상황이지만 그걸 긍정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안티프래질

스트레스에 더 강해지는 특성을 뜻하는 신조어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 취약한 이라는 뜻의 프래질 fragile에다 반대라는 의미의 접두어 안티 anti를 붙여 만든 조어

<네이버 지식백과>


책을 읽고 예전에 유튜브 영상을 본 게 기억이 나서 다시 찾아봤다. 나심 탈레브가 말한 촛불과 모닥불이 바로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의 예라는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배우 신세경의 애완견에 대한 유튜브 영상에 악플이 달렸을 때 그 악플을 상단 고정함으로써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영상을 이어간 그녀야 말로 안티프래질을 아는 행동을 한거라 말씀하셨다. 그 악플로 인해 신세경의 유튜브에 대한 팬심이 더 활활 불타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다시 영상을 보니 안티프래질의 개념이 명확해졌다. 내일부터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CZksrDXTJ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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