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심리학 1
아주 오래전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며칠 비공개로 감사일기를 쓰다가 육아에 회사일에 치여서 잊고 지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하루하루 시간은 가는데 지나고 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잠자고 있던 블로그를 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간략하게 비공개로 주간 생활을 기록했다.
작년에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서평이라고 하기엔 독후감, 내용 요약 수준이었다. 그래도 가끔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데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지 망설일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기도 해서 글이 묘하게 끝나기도 했다. 나 스스로 경계를 찾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내가 남기는 디지털 흔적에 대해 나만의 기준을 생각하게 했던 <디지털 사후의 세계>, 디지털 시대의 우리 스스로의 행동을 점검하고 집중력을 관리하는 법에 대한 <초집중>이란 책 이후 디지털 온라인 시대로 오기까지의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감정이 변화를 추적하고 인터넷 문화 그 이면에 보이는 인간의 심리의 진화를 살펴보는 새로운 책 <테크 심리학>을 읽기 시작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40552
책 <테크 심리학>의 저자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빠져들지만 그 양은 너무나 많고 우리의 감정과 기대 그리고 행동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구글은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 " 페이스북은 고독을 불러오는가?""소셜미디어는 자아도취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인가?"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대할 때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의 시절을 떠올리고 핸드폰, 태블릿 PC, 노트북, 셀카봉이 우리의 일상과 우리 자신을 얼마나 바꿔놓았는지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면서 오늘날 새롭게 나타나는 정서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여섯 가지 질문을 통해 살펴본다고 소개한다. 이 질문들은 더 근본적인 의문으로 우리의 감정과 자아의식이 디지털 기술로 급격하게 달라졌나로 이어진다고 했다.
1.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을 자아도취에 빠지게 하는가?(허영심에서 자아도취까지)
2. 인터넷이 현대인이 겪는 고독의 원인인가?(고독한 클라우드)
3. 디지털 기기 때문에 지루함을 견딜 수 없게 되었는가?(지루함에서 벗어나다)
4. 멀티태스킹 환경으로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는가?(주의 집중)
5. 디지털 환경에 지나치게 노출된 나머지 어떤 것에도 놀라지 않게 되었는가?(경외감)
6. 소셜미디어는 분노를 창출하는가?(분노의 증가)
기술 결정론에 대한 생각
기술이 감정을 형성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이른바 기술 결정론자는 기술이 사람의 경험을 형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기계가 사람의 감정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감정은 시대가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 않으며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것이 새로운 기술로 발현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저자는 인간의 천성과 감정이 정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다고 한다. 감정은 경제적 질서, 어휘, 이념, 신학, 기술의 변화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외로움, 지루함, 자아도취, 집중, 분노, 경외 등과 같은 경험이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했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기술, 경제, 문화, 사회활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기술만이 감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기술을 포함한 문화가 감정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정의 역사
감정은 언제나 변화해 왔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내면에 일어난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정신상 태도 역사가 있다는 관점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감정과 정신은 생물학적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문화의 산물이다. 감정이 역사가 빚어낸 산물이라는 관점은 역사학, 사회학, 인류학, 철학, 심리학계에서 점점 인정받고 있다.
감정의 역사를 연구하는 목적은 문화와 시대를 거치며 감정의 의미와 경험이 변화해 온 과정을 살피는 데 있다. 감정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감정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일정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감정은 생물학적 요인의 산물만이 아니며 문화와 사회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 감정 중에는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아예 존재하지 않던 것도 있다. 또한 현대 미국인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들로는 다른 문화권이나 다른 세대의 내면세계를 완벽히 포작 할 수도 없다. '감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언어도 많다. 17세기가 되어서야 영어에 해당 단어가 등장했고 오늘날과 같은 의미가 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다.
동일한 문화 내에서도 감정적 규범과 규칙에 따라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경험과 구별된다. 새로운 정서가 온라인 사회활동을 뒤덮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지금 이 순간에도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감정적 규칙은 다를뿐더러 모두가 똑같은 느낌을 표현할 수도 없다.
이런 변화를 추적하여 인간의 정서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또 현대인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다. 개인의 성격이란 '자연적'이거나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느끼는 방식(그리고 그들이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방식)이 반영되어 큰 사회적 가치가 형성된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관심도 없었던 인스타그램, 브런치, 페이스북에 멤버들의 글을 읽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온라인상에 공유하고 있음을 알았다. 독서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미라클 모닝, 매일 운동 인증, 영어공부 인증 등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자신을 내세우는 자기 자랑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습관 형성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행동이 긍정적으로 보였다. 적어도 내가 아는 지인들이나 멤버들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과의 느슨한 유대도 쌓으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블로그에 글을 쓰는 부분에 있어 좀 편안해졌다.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글을 통해 소통하는 소소한 재미도 느끼도 있다. 자연스레 지인들과 운동 인증을 위해 인스타 계정을 만들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했으며 오프라인 못지않은 온라인의 끈끈함에 전에 느껴보지 못한 디지털 세계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대해 나에게는 긍정의 감정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이 책에서 다루는 6가지 질문들을 따라가 보며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고 과거와 오늘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기대가 된다.
우리의 감정적 일상은 지난 200년간 급격히 변해왔고 그 변화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테크 심리학 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