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1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읽기 시작했다. 한 달 7기에 어느 동료분의 글을 읽다 알게 된 책인데 늘 주문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 소개 글을 읽고 구매해 둔 것이다. 책의 뒷면을 보니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가들의 찬사로 가득하다. 느낌이 좋다. 소로우가 본문 중에서 말한 고수의 북소리라는 단어에 눈이 간다. 남들과의 보조를 맞추기보다 나만의 북소리에 맞추어 걸어가라는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책을 다 읽은 후면 좀 더 명확하게 다가오겠지 생각한다.
월든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미국의 동북부에 있는 호수 이름이다. 1845년 소로우는 마을을 등지고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소박하고 원시적인 삼림 생활을 통하여 인습에 구애받지 않은 새로운 삶을 실험했다. 손수 통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밭을 일구어 물고기를 잡으면서 2년 이상을 호숫가의 숲 속에 사는 동안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며 이 책의 핵심 부분을 썼다고 한다.
당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소로우는 급우들과는 달리 소위 세속적인 성공이란 것에 깊은 회의를 품었다. 그리하여 전문 직업의 성공이 보장된 길을 걷기보다 측량 일이나 목수일 같은 정직한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옮긴이의 말에 소로우의 대표작 <월든>은 최소한 네 권의 책이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첫째, 가장 낮은 차원에서 이 책은 <로빈슨 크로> 같은 모험기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연 묘사에 있어 미국 문학뿐만 아니라 서양문학을 통틀어 <월든>을 따를 작품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셋째, <걸리버 여행기>처럼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서이다.
넷째, 소로우의 자서전이자 최초의 녹색 서적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인생의 길은 얼마든지 있다.
19세기에 쓰인 글인데도 현재 나의 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인생의 주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 없이, 선택의 여지없이 철저하게 현재의 생활에 안주하고 살아가며, 변화의 가능성을 잊고 살았던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 보였다. 원의 중심에 다른 반경을 가진 원을 몇 개라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길은 수없이 다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 이 길 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하고 우리는 말한다. 그러나 원의 중심에서 몇 개라도 다른 반경을 가진 원들을 그릴 수 있듯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변화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기적은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다. 공자는 "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참되게 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상상 속의 사실을 오성悟性 속의 사실로 바꾸어 놓을 때 모든 사람들은 드디어 그 기초 위에 자기의 인생을 세울 것으로 나는 내다본다. <월든 p28
당장에 인생을 실험해 보라
1845년 3월 말경 소로우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 들고 월든 호숫가로 들어가 자신이 했던 2년간의 숲 속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자기 손으로 집을 짓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 당시 산업화, 기계화로 인한 노동의 분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그. 스스로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숲 속 통나무집의 건축 비용을 자재의 세목별로 적은 명세서를 책에 공개했다. 총비용의 합계는 28달러 12 1/2센트.
자기 집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그가 현재 해마다 내고 있는 집세 정도의 비용을 가지고 평생 동안 살 만한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하버드 대학의 조금 학생 방의 경우 1년에 30달러의 방세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젊은이들이 당장에 인생을 실험해 보는 것이 사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경험을 통한 그의 확실한 신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학생들에게 지식에만 의지하지 말고 진지하게 실험해보라는 조언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얘기해 주어야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사회가 학생들의 값비싼 놀이에 대가를 치르고 있는 동안 학생들은 인생을 '놀듯이 보내거나' 또는 인생을 '공부만 하지'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을 진지하게 '살아'보라는 것이다.
<월든 p82>
빠른 여행자란 자기 발로 가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는 소로우에게 한 친구가 왜 저축을 하지 않느냐며 오늘이라도 기차를 잡아타면 휘츠버그로 구경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그가 말하는 자기 발로 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완전히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미래의 불확실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인생의 황금 시절을 돈 버는 일로 보내는 친구에게 지금은 당장 소박하겠지만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라는 충고를 하는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을 쫓아 현재를 희생하며 살기보다 내가 바라는 것을 찾고 직접 발로 뛰는 경험하는 삶의 여행자가 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우리는 둘 중 누가 먼저 휘츠버그에 도착할지 시합 한번 해 볼까? 휘츠버그까지의 거리는 30마일이고 차비는 90센트일세. 이 돈은 거의 하루의 품삯에 해당되네. 바로 이 휘츠버그행 철로에서 노선 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 60센트였던 때가 기억나네. 자 이제 내가 도보로 길을 떠나면 밤이 되기 전에 그곳에 도착할 걸세. 난 일주일 내내 그런 속도로 도보 여행을 한 경험이 있거든. 그동안에 자네는 기차 삯을 버느라고 수고할 것이고 휘츠버그에는 내일 아니면 잘해야 오늘 밤에 도착하겠지. 그것도 운 좋게 일거리를 바로 구한다면 말이야. 자네는 휘츠버그에 가는 대신 하루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일을 하느라고 보내겠지. 설사 철도가 지구 곳곳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더라도 나는 자네보다는 항상 앞서 가리라고 생각되네. 그래서 여행을 하고 경험을 쌓는 일이라면 바로 그 때문에 자네와 더 이상 알고 지내는 일이 없게 될 걸세. <월든 p86>
자신의 고유한 길을 찾아라
소로우는 5년 이상을 육체적 노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 결과 1년 중 약 6주일 간만 일하고도 필요한 모든 생활비용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여름의 대부분과 겨울 전부를 순전히 공부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그를 아는 한 청년이 몇 에이커의 땅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는데 그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활방식을 그래도 따르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당시의 사정도 오늘날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소로우의 말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만의 북극성을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길 희망해본다.
이 세상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제각기 다른 인간들이 존재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그 길을 갈 것이지 결코 자기의 어버 지나 어머니 또는 이웃의 길을 가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젊은이는 목수나 농부나 선원이 되어도 좋으니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만은 제발 삼가도록 하자. 항해하는 사람이나 도망 노예가 항상 북극성을 지켜보듯이 우리는 어떤 수학적인 점에 의해서만 방향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점은 평생 동안 우리의 길을 가리켜주기에 충분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일정한 시일 안에 항구에 도착할 수도 있지만 올바른 진로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월든 p111>
오늘 읽은 부분은 숲 생활의 경제학이란 부분이었는데 소로우가 문명사회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숲 속에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로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경제적인 풍족함이 아니라 얽매임이 없는 자유로운 삶이었다. 그는 신념과 경험에 의하여 소박하고 현명하게 생활한다면 이 세상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운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읽어갈수록 몇 번씩 곱씹게 하는 좋은 문장들을 만나서 즐겁다. 수필인 것 같기도 하고 시집 같기도 하고 철학 서적 분위기도 풍긴다. 앞으로 마주할 월든 호숫가에서의 그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