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2
소로우가 처음 숲 속에서 살기 시작한 날은 우연히도 1845년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었다. 2년간의 체험을 하나로 묶어서 좀 더 자세히 묘사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숲 속의 집을 갖기 전에 소유해 본 유일한 집은 보트를 제외하면 여름에 여행할 때 사용하던 텐트 하나뿐이었다. 그가 마련한 집은 숲에 묻혀있다시피 했기 때문에 반 마일쯤 떨어진 맞은편 호숫가가 가장 먼 지평선을 이루었다. 가장 소중한 이웃이자 빛과 반사로 가득 찬 수면 자체가 하늘이 되는 호수에 대한 표현이 내가 마치 그의 통나무집에서 함께 바라보는 듯하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호수를 바라볼 때마다 그것이 마치 산허리에 자리 잡은 산상 호수인 것처럼 느껴졌으며 호수의 바닥이 다른 호수의 수면 보더 훨씬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호수는 안개의 잠옷을 먹고 여기저기 부드러운 잔물결이나 잔잔한 수면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으며 안개는 무슨 밤의 비밀회의를 막 끝낸 유령들처럼 살금살금 숲의 모든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이슬 마저도 산허리에서 그러듯이 여느 곳보다 더 늦게까지 나뭇잎에 맺혀 있는 것 같았다.
<월든 p133>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호수에서 멱을 감았다.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하라는 중국 탕왕의 욕조에 새겨진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하며 새벽시간의 성스러움에 대해, 깨어난 상태에 머물러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 에게도 이른 아침 시간이 각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떤 동기에서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부족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벽에 일어났다. 어린 마음에 한 시간이라도 공부를 하고 나면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서는 운동으로 심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소로우가 보냈을 숲 속에서의 새벽은 아이들과 캠핑 갔을 때 자연 속에서 맞았던 아침을 떠올리게도 했다.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자연에서는 몸이 알아서 일찍 깬다. 19세기 당시 의식적 노력에 의하여 생활을 향상해야 한다는 소로우의 말이 지금 들어도 끄덕이게 된다. 긴장을 풀지 말고 그의 표현대로 아침 시간에 대한 예매권을 잃어버리지 않아야겠다.
하루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사소한 부분까지도 숭고하고 소중한 시간에 음미해 볼 가치가 있도록 만들 의무가 있다. <윌든 p138>
소로우는 숲 속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삶에 대한, 인생의 본질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사람들이 아직도 개미처럼 비천하게 살고 있다고, 호모의 <일리아드>에서 트로이 사람들이 난쟁이 부족들과 싸우는 학처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인생이 사소한 일들로 흐지부지 헛되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로 말한다. 솦속에서의 생활이 바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간소함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점점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다. 침착하게 자리를 잡고 "바로 이것이야! 여기가 틀림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진실이라는 바위에 닿을 때까지 내려가 보자는 소로우의 말처럼.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에 온전히 집중하는 에센셜 리스트! 이게 바로 소로우가 의미하는 간소하게 가 아닐까?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의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 <월든 p139>
월든은 소로우에게 숲 속의 거처가 사색을 위한 곳뿐만이 아니라 진지한 독서를 위한 곳이었다. 그는 독서에 대해 당시 풍조가 존중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이 드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운동선수들이 받는 것과 같은 훈련과 거의 평생에 걸친 꾸준한 자세로 독서를 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을 나갈 때 귀중품 보관상자에 <일리아드>를 항상 넣어가지고 다녔다는 예를 들며 기록된 말(책)은 역사적 유물 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예술품으로 글자로 기록된 가장 고귀한 말인 책이 이 세계의 귀중한 재산이며 모든 세대와 모든 민족들의 고귀한 유산이라고 했다.
책을 전혀 읽지 못한 사람의 무식과 어린애들과 지능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책만 읽는 사람들의 무식 사이에 큰 차이를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독서를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까지도 양서를 읽지 않고 가벼운 읽을거리로 신문 칼럼 정도에 지적 비상이 머문다는 비판도 했다. 독서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오늘날과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해서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다. 그가 말하는 참다운 독서는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다. 책은 처음 쓰였을 때처럼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금 독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책이 주는 피로감도 있었지만 새로운 생각이나 지혜, 감동, 활력이 더 크다. 내가 표현하기에는 명확하지 않았던 말들도 책을 읽다가 발견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역사적인 사실들을 다시 마주하기도 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들을 다시금 관찰하게도 한다. 나의 어두운 무지의 심연 위에 구름다리 하나라도 놓기 위해 살아있는 지혜인 책을 꾸준히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소로우를 통해 오늘 다시 깨달았다.
어떤 책에는 어쩌면 우리의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들이 들어 있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우리가 이 말들을 정말로 듣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아침이나 봄보다 우리의 삶에 더 큰 활력을 줄 것이며 우리에게 사물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줄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기 인생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가! 우리의 기적들을 설명해주고 새로운 기적들을 계시해줄 책이 어쩌면 우리를 위하여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내가 말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어느 책에 표현되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를 당혹하게 하고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며 우리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문제와 똑같은 문제들이 일찍이 모든 현명한 사람들에게도 제기되었다. 한문제도 빠짐없이 말이다. 그리고 이들 현인들은 저마다 이 질문들에 대해 해답을 제시했다. 자기 능력에 따라 또 자기 고유의 언어와 생활방식으로.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혜를 배우면 그와 동시에 너그러움도 아울러 배우게 될 것이다. <월든 p164~165>
소로우는 어떠한 관찰방법과 훈련도 항상 주의 깊게 살피는 자세를 대신해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볼 가치가 있는 것들을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보는 훈련에 비하면 아무리 잘 선택된 역사나 철학이나 시의 공부도 훌륭한 교제도, 가장 모범적인 생활습관도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대로 보는 사람! 우리 앞에 놓인 것들을 보고 읽어 미래를 향하여 발을 내디디라고 조언한다.
나는 관찰력이 많이 부족하다.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는 데 익숙하지가 않다. 소로우가 몇 페이지에 걸쳐 숲의 소리들을 묘사한 것들을 읽으며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졌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면서 이제야 노력을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한없이 공상에 잠기고도 싶다. 여백이 있는 삶. 언제쯤이면 마음의 분주함을 놓을 수 있을까?
나는 내 인생에 넓은 여백이 있기를 원한다.
<월든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