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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길들이듯 불확실성을 길들여라

안티프래질 4

by 꽁스땅스

책 < 안티프래질> 3권 [예측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에서는 안티프래질을 이해하기 위해 세네카의 스토아 철학을 재조명하고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혐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수용하는 이원적인 전략이 중간 정도의 리스크를 수용하는 전략보다 더 나은 이유인 바벨 전략을 소개한다. 오늘은 세네카의 철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안티프래질과 불확실성에 대한 해법인 바벨전략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한다.




강건함과 안티프래질을 위한 비대칭성을 발견한 세네카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로마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부자가 된 이유는 뛰어난 상거래 감각과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였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세네카는 운명에 순응하라고 가르치는 스토아 철학의 명해설가다. 그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어 스토아 철학의 실천적인 측면에 집중했다.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세네카가 강건함과 안티프래질을 위한 열쇠라 할 비대칭성에 관한 개념을 발견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 키티온의 제논 Zeno on Kition 은 항해 도중 배가 난파되었을 때 "짐을 덜고 철학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네카의 전체 저작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문장이 불행할 사건을 겪고 나서도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라고 했던 말이다. 스토아 철학은 불행에서 흔들리지 않게 해 주고 사치를 업신여기게 만든다. 세네카는 호화로운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리든 운명의 여신으로부터 빌리든 그 사람은 빚을 진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스토아 철학은 외부환경이 좋든 나쁘든 구애받지 않고 운명의 결정에도 덤덤하기 때문에 강건하다. 무작위적인 사건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우리는 무너지기에는 너무 강하고 상승국면을 즐기기에는 물욕이 없다). 스토아 철학에 대한 세네카식 버전은 운명으로부터 안티프래질 해지는 것이다. 운명의 여신으로부터 꺾이지 않고 오히려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성공은 비대칭성을 야기한다. 당신은 이제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더 많다. 따라서 프래질 하다. 좋은 소식은 없고 나쁜 소식들만 대기 중이다. <안티프래질 p236>



고대 사람들은 좋은 상태와 나쁜 상태, 이익과 손실 간의 이런 비 대칭성에 익숙해져 있다.... 사람들은 나쁜 것을 좋은 것보다 더 강렬하게 받아들인다. 현대를 배경으로 우리가 잃을 것은 많고 얻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 있다고 가정하자. 재산이 늘어난 것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같은 금액을 잃었을 때 더 큰 상처를 입는다. 따라서 우리는 비대칭적인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프래질 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이런 프래질에 맞서기 위해 세네카가 제안하는 실천적 방법은 재산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위해 수양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는다. 인생의 무작위성을 심리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저자는 스토아 철학을 활용한 자신의 경험을 언급했다.


무작위적인 일들이 넘치고 영혼을 후벼 파는 심리적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트레이더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 저자는 매일 아침 최악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가정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방법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해 주어 다른 치료법보다 도움이 되었고 하강 국면에서도 침체되지 않도록 해서 최악의 경우가 명백히 보이더라도 위험을 수용하는 자세를 갖게 해 주었다. 상황이 잘 돌아갈 때 재산을 가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수양에 몰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때가 수양이 가장 요구되는 순간이다.


스토아 철학은 감정을 제거하기보다는 길들이는 쪽에 더 가깝다. 내가 생각하기로 스토아 철학이 추천하는 현대적 현인은 두려움을 침착함으로 고통을 정보로 실패를 시작으로 소망을 실천으로 바꾸어 놓는 사람일 것이다. <안티프래질 p239>


세네카는 작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인생을 잘 다스리고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로마의 스토아 주의자가 하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분노와 정당한 행위를 구분하고 나중에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는 방법은 벌을 주기 전에 최소한 하루를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또 세네카는 좋은 행위에 힘쓰라는 의미에서 사회적 행위의 목록도 제공한다. 재산은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좋은 행위, 즉 미덕의 행위는 그렇지 않다.


세네카는 [자선에 관하여]에서 자신의 전략을 친절하게 요약해 주었는데 그의 전략을 '부기 bookkeeping'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용편익 분석이라고 불렀다. 도덕적 부기라 할 수 있지만 부기는 부기다.


장부에 편익을 기입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것은 모두 지출이다. 그것을 되돌려 준다면 그것을 틀림없는 이익이다. 그것을 되돌려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잃은 것은 아니다. 내가 아량을 베풀기 위해서 준 것일 뿐이다. <안티프래질 p240>


세네카는 운명을 지배했다. 좋은 것은 유지하고 나쁜 것은 떨쳐버렸다. 또 하강 국면을 중단시키고 상승국면을 유지했다. 즉, 실천적인 측면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운명이 주는 피해를 제거하고 좋은 것은 계속 유지했다. 상승국면과 하강 국면이 서로 비대칭적이다. 이것이 바로 순수한 형태의 안티프래질이다.






세네카의 바벨전략

바벨(역도 선수가 들어 올리는 막대기 양 끝에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것)은 떨어져 있는 양극단의 조합을 추구하고 중간을 기피하려는 생각을 나타낸다. 바벨은 두 개의 극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금융 부분의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재산의 90%를 현금 혹은 뉴메레르(모든 상품의 교환 비율을 표현하고자 할 때 기준이 되는 상품, 금 또는 미 달러화 등이 있다)로 보유하고 10%는 가장 위험한 주식에 투자한다면 엄청난 상승국면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10% 이상을 손해 보지 않는다. 모든 재산 100%을 중간 정도의 리스크를 갖는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계산을 잘못했을 경우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이렇게 바벨전략은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의 리스크가 계산 불가능하고 측정오차에 프래질 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



결국 안티프래질은 공격성과 피해망상의 조합이다. 하강 국면과 단절하여 극단적인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그리고 상승국면이 스스로 나타나도록 한다. 세네카의 비대칭성을 보았듯이 상승국면이 하강 국면보다 많으려면 중간 지점에서 상황을 개선하기보다 극단적인 하강 국면을 줄여야 한다. 바벨전략은 중간 기점에서 상황을 그르치지 않으면서 양극단으로 이루어진 이원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항상 바람직한 비대칭성을 낳는다.



세네카는 처음에는 상당히 활동적이고도 모험적인 삶을 살다 이후에 철학자가 되어 깊이 사색하면서 글을 썼다. 그는 이 두 가지를 중간에서 조합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몽테뉴처럼 행동가에서 사색사로 전향한 사람들도 순차적인 바벨전략을 구사했다. 오로지 행동하는 삶에서 사색하는 삶으로 말이다.



바벨전략은 반드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받는 현금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주식에 투자하는 형태가 될 필요는 없다. 파멸의 리스크를 제거하는 어떤 투자라도 바벨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전설에 남을 만한 투자가 레이 달리오 Ray Dalio는 추자를 위한 원칙"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의 확률이 0인지 확인하라"을 제시한다. 바로 이 원칙이 투자가들에게 바벨전략으로 다가가도록 해준다.



무작위성에 관한 바벨전략은 프래질을 완화시켜 안티프래질을 달성하는 전략이다. 즉 혐오스러운 사건으로부터 받게 될 고통을 피하면서 잠재적인 이익을 실현하여 하강 국면에 빠져들게 될 리스크를 제거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안티프래질 p256>

오랜만에 다시 잡고 읽었다. 세네카의 스토아 철학에서 운명으로부터 안티프래질 하기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특히나 코로나 사태가 점점 확산되는 요즘, 각자의 상실감, 두려움, 실제 맞닥뜨리는 일상의 어려움들들을 마주하며 " 좋아질 일만 남았다" 고 생각하며 침착함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감정을 길들이듯 불확실성에 길들여져 나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자리에서 리스크를 최소화 아니 제거할 수 있는 바벨전략도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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