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가 반짝이는 진주를 형성하듯
이번 달 글쓰기 모임의 마지막 미션을 조금 전에 마쳤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의 6번째 도전이었다. 중간에 두 번의 방학이 있었으니 쉬지 않고 글쓰기를 한 셈이다. 오늘 마지막 미션 중의 하나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어린 시절 나에게 글쓰기는 학교 과제 중에 하나에 불과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수첩이나 일기장에 마음속의 고민들을 한두 줄 끄적거리는 게 전부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로 혼자만의 넋두리를 몇 자 적으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 가정을 이루고 첫째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내 안에서 커가는 아이와 엄마가 되어가는 나의 변화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 후 출산 그리고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그나마 꾸준히 기록을 한 게 처음이었다.
오랜 사회생활을 접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서평 아닌 서평을 쓰면서 글쓰기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글쓰기 모임을 알게 되어 시작했다. 어느덧 6개월을 하고 보니 함께 한 동료들과의 관계도 그만큼 돈독해졌다. 처음 단톡 방에 초대되어 각자 소개를 하며 어색했던 게 엊그제 같다. 매달 새로운 분들도 함께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한 분들이 더 많다.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고 동료들의 글을 읽으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동료들 자신의 경험이 글에 반영되었고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평소에 지나쳤을 에피소드들이 이야기꾼 동료의 글에서는 반짝반짝 빛나기도 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어떤 동료는 글 태기가 와서 글이 잘 안 써진다고 단톡 방에 털어놓기도 한다. 이미 글쓰기를 오래 경험 했든 나처럼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했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주며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사이인데도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해 주는 분위기가 참 따뜻하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바라보게도 되지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를 쓰면서 과거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했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다 보니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오르기도 해서 연관 지어 쓰게도 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글을 쓰면서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새로운 세계다. 그 시작은 아직 미약하고 내 안의 충만감을 느끼는 나만을 위한 글쓰기이지만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내 인생의 키워드 "두려움"
이번 달 글쓰기 모임에서 인생의 키워드에 대한 에세이 쓰기를 했다. 나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원고를 써보는 미션이었다. 내가 생각한 나의 인생의 키워드는 "배움, 꾸준함, 음악, 감사, 사랑"이었다. 배움과 꾸준함을 가지고 나를 돌아보며 글쓰기를 했다. 나는 그리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열심한 노력파라고 해야겠다. 주입식 교육에 젖어 선생님이 던져주는 것을 소화하기도 버거웠던 아이였다. 게다가 체력도 약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하늘이 도운 것 같다.
대학 때도 그랬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실망시켜서는 안 돼!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려면 중간 이상은 해야지! 회사에서도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내 몫을 해 내야 해"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분주하게 움직이게 했다. 대학교 때는 새벽에 영어학원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체력을 키우고자 운동을 했다. 내가 처리한 일에 실수가 생길까 두려웠다. 보고 또 보고 맡겨진 일은 야근, 주말 근무를 해서라도 끝내야 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면서 불어를 배우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1년 정도 학원을 다니며 배우는 즐거움에 빠지기도 했다. 뭐든 시작하면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원칙이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새로운 것을 익히며 느끼는 즐거움 때문인 것 같다. 무언가를 배우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어쩜 나의 내면에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 만큼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두려움이 늘 나의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지치지 않고 그냥 하게 하는 꾸준함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의 나 역시 내 안에 그 두려움을 느낀다.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일을 잘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 코로나로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그 두려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 두려움 때문에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고자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이 실제로는 가장 큰 강점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걸 믿으려고 너무도 많은 자원과 시간을 쓰고 있다는 의심은 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우리의 그런 면을 다듬고 또 다듬은 덕분에 그 면이 우리 최대 강점 중 하나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조개가 짜증스러운 자극을 견디고 또 견딘 끝에 반짝이는 진주를 형성하듯이 말이다. <패거리 심리학 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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