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하는 법

한달 15일 지점에서

by 꽁스땅스

한 달을 시작한 지 벌써 절반이다. 추석 연휴이면서 새로운 달 10월의 첫날이기도 하다. 공통 질문지가 있는 날인 걸 잊고 아침에 새로운 책을 읽었다. 딱히 마음을 울리고 글을 쓸만한 소재를 찾지 못한 채 아침 준비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책상에 앉아 단체 톡 방을 보니 우리의 부추 리더님의 반가운 문자가 올라와 있다. 그렇지! 오늘 쉬어가는 15일째지 다행이다. 어쩜 매번 질문지를 받을 때면 이리도 좋은지 모르겠다.


예전에 읽은 책을 무심코 꺼내 보았다.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 아침의 피아노>라는 책에 포스트잇이 붙여진 부분을 열어보았다.


새로운 나무를 심자면 오래된 습관의 나무를 캐내고 토양을 비워야 하는데 질기고 깊은 과거의 뿌리를 캐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새로운 삶을 단호하게 선택한 사람도 그 결단과 기획을 즉각 실현할 수가 없다. 경계의 시간 위에서 우선 가능한 삶은 지난 삶의 연속성이냐 불연속성이냐가 아니라 또 다른 양자택일이다. 하나는 이전의 삶을 자세와 태도를 달리하면서 이어 사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삶을 위해서 토양을 비우는 작업, 오래된 습관의 뿌리를 캐어내는 우회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침의 피아노 p169-170>


저자는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전까지 메모장에 <아침의 피아노>의 글을 썼다고 한다. 남겨진 시간 안에 오래된 습관의 뿌리를 캐내는 우회 작업이 마무리될지 미지수라는 글을 읽으니 숙연해진다. 경계의 시간 즉 생이 마감될 가능성이 있는 불확실성과의 대결이 저자뿐만 아니라 프루스트의 말년도 그러했단다. 침대 방에서 프루스트는 편안하게 누워있지 않고 매초가 아까워 사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독자는 알 수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의 마지막 책은 100미터 달리기 경주를 하는 육상 선수의 필치와 문장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다시 이 부분을 읽어보니 나에게 주어진 오늘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에 참여하고 있는 7일간의 한 달 감사일기로 소소한 일상에서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멈추고 보게 된다. 생각지 못한 향긋한 차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도 누리고 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전의 삶의 자세와 태도를 뿌리째 캐내는 건 불가능하다. 단지 삶을 대하는 나의 자세와 태도를 좀 더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삶으로의 변화를 위해 우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15일 동안 그렇게 하루하루에 집중해 보자.


지난 15일 동안 쓴 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은 어제 쓴 것이다. 왜냐하면 두려움이란 주제를 가지고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썼기 때문이다. 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니 어느새 그게 강점이 되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마음속의 두려움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편안하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늘 다시 그 글을 읽으며 책에서 발췌한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어 보완했고 매끄럽지 않았던 것들을 수정했다. 매일 읽고 쓰느라 그날 인증하느라 허둥댔는데 다시 읽으며 고쳐 쓰니 그나마 읽기는 편해진 듯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읽은 부분에 대해 곱씹어 보며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은 있는지 등을 찾아보며 글을 써 가려한다. 조금은 서평 다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금씩 우회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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